"국세청 간부의 집은 은행 금고와 고급 룸살롱을 합쳐놓은 별천지였습니다."중부지방국세청 유모(55)과장이 업체의 부탁으로 법인세를 부정환급해 줬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청 특수수사대가 유 과장 집을 급습한 것은 지난 2월 중순께. 안방에 들어간 수사관 5명이 장롱 문을 열자 안에 있던 2개의 밤색 가방에는 100만원씩 묶인 빳빳한 신권다발 6개가 쏟아져 나왔다. 가방에서는 백화점 상품권과 구두티켓 등 상품권 50여장도 발견됐고 화장대 서랍에서는 10만원권 수표 20여장이 나왔다. 수사대가 압수한 현금은 모두 1,130만원이었고 상품권은 600여만원어치였다. 입을 다물지 못한 수사관들이 "무슨 돈이냐"고 다그치자 유 과장은 "집안 행사 때 쓰려고 은행에서 찾아온 것"이라고 둘러댔다.
서재로 사용하는 방에 들어선 수사대는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 로열설루트와 발렌타인(17년)등 양주 200여병이 술창고처럼 쌓여 있었던 것.
지난해 1월 포항세무서장으로 재직하던 유 과장은 모호텔이 제기한 법인세 부당부과에 대한 국세심판원의 재조사 결정을 처리하면서 부하직원의 현장조사 보고서를 없애고 허위 보고서를 만들어 호텔측에 2억4,000여만원의 법인세를 환급해 준 혐의로 최근 경찰에 구속됐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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