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통가요에 여성비하 많아요"/영남대 이동순교수 지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통가요에 여성비하 많아요"/영남대 이동순교수 지적

입력
2003.04.04 00:00
0 0

"우리 전통가요에는 여성을 노골적으로 비하하거나 고통과 노동을 강요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영남대 한국학부 이동순(53) 교수가 우리 전통가요 노랫말에 담긴 여성 비하 문제를 들고나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교수는 4일 열리는 '영남대 여성 콜로키움' 행사에 앞서 미리 배포한 '우리 가요에 나타난 여성'이라는 주제 발표문에서 이를 지적했다.

"가요에 나타난 여성비하 내용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통가요의 상당수가 여성들에게 맹목적 기다림과 인내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는 대표적인 노래로 아직도 중년세대들에게 사랑을 받고있는 '동백아가씨'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여자의 일생'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여성을 농락의 대상으로 보거나 여성에게 자포자기를 강요하는 등 일방적 종속구조로 그린 가요들도 많다"면서 '댄서의 순정' '산장의 여인' '사랑가' 등을 주요 사례로 들었다. 그는 '넌센스 꼴불견' '서울가두 풍경' '풍자희극 여천하' 등은 여성을 '세태변화의 미약한 기류'로 격하한 가요로 분류했다.

이 교수는 "특히 '홍도야 우지 마라' '낮잠자는 마누라' '거리의 신풍경' 등은 노골적으로 여성을 비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 전통가요 가운데 몇 안되지만 '먼동이 터온다' 등과 같이 남녀간 조화의 아름다움과 상호균등성을 강조한 노래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 전통가요의 노랫말을 좋아해 유성기 시절의 음반과 책자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통가요와 친숙하게 됐다는 이 교수는 "우리 전통가요 모두를 '왜색풍'으로 치부, 비하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박영호 조명암 이하윤 김억 등의 노랫말들은 작품성이 매우 뛰어난 가요"라며 "이들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가요시(歌謠詩)로 분류해 수집, 연구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충북대 국문과교수, 미국 시카고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영남대 한국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이 교수는 1973년 '마왕의 잠'이라는 시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이후 금복문화예술상 등 각종 상을 받았고, '개밥풀' '물의노래' '민족시의 정신사' '한국인의 세대별 문화의식' 등 다수의 시집와 평론집을 냈다.

/대구=유명상기자 ms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