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워크숍에서 한 언론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일부 언론들은 때를 만난 듯 많은 지면을 할애해 맹공을 펼쳤다. 문제의 범위를 아예 노 대통령의 언론관으로 넓혀 전면적인 공박을 가할 뿐 아니라 일부 언론학자들을 줄 세워 '전문성의 칼'을 대기도 한다.노 대통령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발언이 소모적 싸움거리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일부 언론의 무차별적 공세 속에서, 언론 병폐가 또다시 감춰지고 언론개혁의 분위기가 반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
이들 언론사는 언론이 권력을 지닌 게 아니라 영향력만 지녔고, 그 영향력은 독자의 공감을 받아 행사한다고 주장한다.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언론사와 언론사주가 탈세하고 재산을 축적하고, 신문시장의 공정경쟁을 해쳐 독과점을 이루고자 하며, 선거철마다 특정 후보를 편들어 정권을 창출하려는 걸 과연 독자의 영향력으로 볼 수 있는가? 아니, 그거야말로 언론사와 언론사주의 권력 의지가 아닌가? 지금 언론이 정치권력, 경제권력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건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불과 2년 전 일부 언론들이 내뱉었다는 말을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자. "정치권력은 유한하지만 언론권력은 무한하다." 정치권력은 때가 되면 국민의 심판을 받지만 언론권력은 아무에게서도 심판받지 않는다는 말을 언론 스스로가 호언하고 다녔던 것이다.
이들 언론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부와 그렇지 않은 정부에 대해 철저히 이중성을 보인다. 김대중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비난하면서도 그것을 최초로 단행한 김영삼 정권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또 개방형 취재시스템의 도입을 서슴없이 '보도지침'으로 비유한다. 정작 보도지침이 난무하던 1980년대에 그 언론들은, 그리고 언론학자들은 그렇게 강조하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지금처럼 비판의 목소리를 드높였는가, 아니면 자신의 보신에 급급했는가?
또 언론의 영향력은 바로 발행부수이며 그것은 독자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이들은 강변한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옳은 말이지만 신문시장 현실은 결코 그처럼 '바른 생활'의 세계가 아니다.
일부 언론들이 보여주었듯이 경품과 무가지(無價紙)를 미끼로 독자를 유혹하고 심지어 폭력과 살인까지 유발하는 판매방식이 과연 독자의 선택과 검증을 받은 것이라는 말인가? 신문시장의 경쟁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움직여야 독자가 신문들을 제대로 선택하고 검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 언론은 또 가족경영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의 예를 들지만 가족경영 신문 모두가 권위지가 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신문을 사적으로 소유하거나 가족경영을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족벌 지배구조에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의 경우 주식이 공개되고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반면 우리 족벌언론은 1인 지배체제가 구축되어 친족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회계, 이사회 등 기업경영 측면에서 천민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성실납세와 재산축적, 상속 과정을 포함해 언론사주의 경영철학이나 언론관이 세계 유수 언론사 사주의 그것과 비교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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