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에서 시작된 괴질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감염자가 2일 세계적으로 2,000명을 넘어서면서 이라크전으로 잔뜩 위축된 세계 경제에 설상가상의 충격을 주고 있다.관광업계와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은 물론 각국의 괴질 발생 지역 주재 외교관 및 기업인 철수가 잇따라 공관과 기업 활동에 차질이 오고 있다. 특히 SARS 괴질의 원인균이 초유의 것인데다 이에 대한 인체 면역기능이 없어 심리적 공황까지 초래하고 있다.
경제 주름살 더 커져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섬 테러와 이번 이라크전으로 멍든 동남아 관광업계는 괴질로 파국에 빠질 조짐이다. 타격이 가장 심한 홍콩은 여행사 예약 취소율이 90%나 됐으며 각급 숙박업소의 객실 사용률도 30% 이상 떨어졌다. 동남아 각국의 휴양지에서도 관광객들의 조기 귀국 러시와 함께 최고 50% 이상 예약률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에 대한 관광 수요와 비즈니스 활동이 급감하면서 세계 항공업계도 연쇄 타격을 받고 있다. 캐나다 국영 에어 캐나다는 1일 홍콩과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노선을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국영항공 KLM도 아시아 노선을 줄이기로 했다. 운항편수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항공사들도 탑승률이 격감하고 있다.
이런 양상은 아시아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홍콩 투자은행 BNP 파리바 페레그린은 1일 보고서에서 괴질로 인해 올해 아시아 각국 경제성장률이 0.4∼1.5%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4%에서 2.5%로 1.5% 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각국 확산 방지 긴급조치 미국은 1일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와 홍콩 주재 비필수 외교관 및 그 가족들을 철수시키기로 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이들 지역에 대한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26일 초·중·고교에 전면 휴교령을 내린 데 이어 이날 최대규모 대학 1곳에 최소 1주일 휴교령을 내렸다.
뉴질랜드와 프랑스 등도 자국민의 아시아 여행 자제를 촉구했다. 특히 프랑스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감염된 자국민 의사 3명의 귀국을 불허했다.
홍콩은 31일 괴질 집단 발병지에 대해 집단 격리 조치를 취했으나 주민의 탈출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와 태국은 감염 우려자를 대상으로 가택 격리 조치를 내렸다.
중국도 베이징에서 8명이 감염되고 3명이 사망하자 뒤늦게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직접 나서 대책을 독려하고 나섰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예방치료팀을 가동하는 한편, 베이징 시내 11개 병원을 예방통제본부로 지정했다.
심리적 공황 번져 홍콩에서는 1일 홍콩 전체가 괴질 감염지구로 선포될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나돌면서 증시가 폭락, 주가지수가 한때 심리적 저지선인 8,500선 아래로 내려 앉았다. 첵랍콕 국제공항 폐쇄를 우려한 시민들의 항공권 구입 문의 전화가 쇄도했으며 슈퍼마켓 등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소동이 벌어졌다. 홍콩과 대만에서는 각급 의료단체가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 주민들의 불안감은 치료약이 없다는 점 때문에 점점 커지고 있다. 2일 대만 중국시보는 전문가의 말을 빌어 괴질이 흑사병과 같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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