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결혼식을 올린 지 딱 한 달 됐습니다. 만 서른에 총각신세를 면했답니다. 신혼이라 그런지 아내의 말 한마디에 금세 입이 벌어지곤 합니다. 아내는 덩치는 산만한데 어리광도 잘 부리고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귀여운 줄 알지요.결혼하기 며칠 전, 평소에는 씩씩하고 웃기도 잘하는 그녀가 시무룩한 표정이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박하사탕을 먹은 듯이 가슴이 화아∼해"라고 하더군요. 결혼을 앞두고 엄마를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진다고 했습니다. '박하사탕, 화아∼해'사소하게 넘어갈 수도 있는 두 단어가 왜 그다지도 저의 가슴에 와 닿던지요.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참 많았습니다. 대학 다닐 때 전철에 탄 주부의 생선 비린내에도 감동하던 저였습니다. 어린 시절 제 어머니는 바다에서 잡아온 생선을 소쿠리에 담아 시장에 팔러 가셨거든요. 사춘기 시절, 누구나 그랬겠지만 소설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혹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받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얼마나 자주 가슴이 뭉클해질까요. 아내 표현대로 박하사탕을 먹은 것처럼 코끝까지 찡해지는지요. 저는 얼마나 감동을 받고 가슴 뭉클한 삶을 살고 있는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면 시계부터 보기 바쁘고, 교통 지옥을 뚫고 출근하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회사에선 잠시 자신을 뒤돌아볼 겨를도 없는 업무의 연속이고요. 얼마나 자주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는지요? 저녁마다 모임이다, 회식이다 좇아 다니다 보면 괜찮다는 영화 한 편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책 한 권을 읽은 지는 언제입니까. 신문을 펼치거나 TV를 켜도 요즘에는 기름 값이나 야채 값이 올랐고 이라크 전황이 어떻다는 우울한 이야기만 가득합니다.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전하는 뉴스가 화제가 된 게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요.
4월이 되며 날이 확 풀렸습니다. 봄을 알리기 위해 남녘에선 개나리와 진달래 등 꽃소식이 가득합니다. 올 봄에는 박하사탕을 먹은 것처럼 가슴이 찡해지는 감동의 소식이 우리 사회에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강태용·경기 안양시 평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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