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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경림 최근의 한국시단 진단/"치열성 없고 타성젖은 詩론 독자를 감동시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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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경림 최근의 한국시단 진단/"치열성 없고 타성젖은 詩론 독자를 감동시키지 못한다"

입력
200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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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경림(68·사진)씨가 한국 시단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지적했다. 신경림씨는 최근 발간된 시 계간지 '시경' 2003년 봄호에 게재된 '우리 시, 무엇을 고민해야 할 것인가'에서 감동을 주지 못하는 시가 양산되는 현실을 비판했다.평론가 전기철씨와의 대담에서 신씨는 "사실 우리 시단은 항상 침체해 있다고 생각했다. 침체되지 않은 시기가 별로 없다"고 전제했다.

시 잡지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몇만 부씩 팔리는 시집이 나오는 등 우리 시문학 사상 어느 때보다 양적으로 시가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침체해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신씨는 "침체했다는 것은 다른 말로 시가 깊이 있게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시란 산문과 달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넓게 읽히는 게 아니라 소수의 사람들에게 깊이 있게, 감동적으로 읽히고 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침체의 이유로 무엇보다 시인들의 치열성 부족과 타성에 젖은 시 창작 태도를 꼽았다. "치열성 없이 쉽게 타성에 젖어서 시를 쓰니까 읽는 사람도 감동하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또 서로 요즘 시는 죽었다, 시의 시대는 갔다, 시가 읽히지 않는다는 소릴 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하지도 않는다"고 질타했다. 요즘 시인들은 시대와 상황을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내용이나 형식에 있어서 자기 세계를 개척해 나간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시인이 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시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데 대해서도 "오히려 현장과 멀어진다"고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시만 쓰며 살려고 하니까 시로 돈벌이를 하려고 한다"며 "안이하고 이상한 사랑타령 몇 편 넣어서 장사를 하려고 드니까 시가 시원찮아지기도 하고 오히려 시를 탐구하는 일에 게을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창작 과정과 비평의 문제도 함께 짚었다. "지난번에 몇 군데 신춘문예 심사를 했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똑같다. 폐쇄적이다"며 "대학 문창과나 신문사 문화센터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시를 가르치는 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란 어느 대목까지는 가르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공부하는 사람 스스로 찾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시의 잣대가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게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분석적으로 시를 비평하려는 태도가 시의 수준에 관계없이 문제작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애매모호한 시들이 횡행하고, 독자들이나 시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은 그런 것이 좋은 시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신경림씨는 "시인은 자신의 감성과 맨가슴으로 우리 시대와 맞닥뜨려야 한다"면서 "그것이 시인만의 용기이며 의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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