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1년 4월3일 이탈리아 정치가 알치데 데 가스페리가 당시 오스트리아령(領)이었던 트렌토(독일어로는 트리엔트)에서 태어났다. 1954년 몰(沒). 트렌토는 16세기에 트리엔트 공의회가 열려 유명한 곳이다. 오스트리아 의원으로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데 가스페리는 다른 이탈리아계 의원들과 함께 고향 트렌토의 이탈리아 합병을 위해 애썼고, 제1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합병이 실현되자 1919년 이탈리아 인민당의 창당에 참가해 이 기독교 정당을 둥지로 정치 활동을 벌였다. 교황청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이탈리아 인민당은 1926년 파시스트의 탄압으로 해체됐다가,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데 가스페리의 주도로 기독교민주당으로 재건됐다.종전 뒤인 1945년 데 가스페리는 총리에 선출돼 7년간 재임했다. 그는 이탈리아 공화국의 첫 총리였다. 그의 재임 초기인 1946년에 이탈리아는 국민투표로 왕정을 폐지했다. 데 가스페리는 당초 레지스탕스 운동 시절의 연대 세력이었던 사회당·공산당 등과 연립내각을 구성했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 사이에 냉전이 시작되자 그는 좌파 정당들과 손을 끊고 미국에 접근해서, 서유럽 최대의 공산당을 지닌 이탈리아를 서방 진영에 남게 하는 데 이바지했다.
이탈리아의 기독교민주당 외에도 유럽에는 기독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정당이 많다. 독일의 기독교민주연맹은 사민당과 함께 그 나라 최대 정치 세력이다. 19세기 초 프랑스에 기원을 둔 기독교 정당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각 사회의 보수 세력을 결집시켜 왔다. 1956년에는 서유럽 각국의 기독교민주당이 파리에서 신국제팀(NEI)을 결성한 바 있다. NEI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국제적 연대 조직인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의 정치적·이념적 맞수라고 할 수 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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