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막 시작됐을 때는 첨단 무기가 난무하는 모습이 마치 컴퓨터게임의 한 장면 같았다. 그러나 점차 모래 폭풍 속에서 긴장한 군인들, 총을 든 어머니, 부상해 우는 아이들과 포로의 모습이 신문과 텔레비전에 나오면서 전쟁은 공포, 폭력, 야만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전쟁을 설명하기란 난감하다. 이럴 때 아이와 함께 읽을 만한 책을 살펴보자.박완서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중학생 이상)에는 피란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주인공이 신촌을 지나면서, 이화여대로 진학한 여고 동창들이 아직 살아 있을까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겨우 스무살 나이에 어떻게 친구들의 사는 모습이 아니라 생사여부를 궁금해 하겠는가.
'전쟁이 끝나면 다시 만나'(초등 고학년)는 세계 각지에서 일어났던 전쟁의 직간접 경험을 어린이의 시각으로 쓴 12편의 단편집이다. 참전한 이야기도 있지만 징집을 거부한 사람이 겪는 어려움, 사람들이 피란간 도시의 빈 집에서 오히려 배불리 먹고 편한 잠을 자며 전쟁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남매 이야기 등을 읽으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내용이 많다.
'전쟁놀이'(초등 3·4학년)에는 파괴나 살상과 같은 직접적 전쟁 묘사는 없다. 그러나 침략자의 가치관에 의해 왜곡된 아이들의 꿈을 통해, 담담하면서도 오히려 설득력 있게 전쟁의 폭력성을 보여준다. 멋있는 제복에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일본군이 되어 항상 이기기만 하는 전쟁놀이를 하던 아이가 일본군이 패망하고 해방이 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가치관의 혼란을 통해 전쟁의 허위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전쟁의 참상을 읽고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전쟁을 하는지 묻는 아이에게는 '냄비와 국자 전쟁'(초등 저학년)을 권하고 싶다.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국자를 넣으면 맛있는 수프가 가득 생기는 냄비, 그러나 이 냄비와 국자가 각각 다른 나라에 나누어져 있다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서로 상대 나라에 있는 냄비와 국자를 손에 넣기 위해 각종 방법을 동원하다가 결국 전쟁을 하게 되는 과정이 현실에서 전쟁으로 가는 단계를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마침내 두 나라가 냄비와 국자를 같이 쓰며 평화롭게 사는 걸로 끝을 맺지만 작가는 말미에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아야 한다는 말로 실제로 국가간 공존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한다. 뿐만 아니라 유연한 사고를 강조하기 위한 기발한 발상은 저절로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이 책들은 지금 세계 어딘가에서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나와 내 이웃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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