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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록의 대부 신중현(35) 전기 기타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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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록의 대부 신중현(35) 전기 기타 시대를 열다

입력
200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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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 8군 무대에 섰던 것은 1965∼68년의 3년이었다. 나는 거기서 기타와 노래, 둘 다 겸해 인기 최고였다. 입단 시험으로 불렀던 'Rock Around the Clock' 등 초창기 로큰롤 히트곡을 기타 연주와 함께 부르면 미군들은 뒤집어 졌다. 당시 상황에서 그 풍경은 어떤 의미를 가졌던가?우선 일반인들에겐 전기 기타라는 악기 자체가 생소했다. 우리땅에서 전기 기타가 일반화된 것은 내가 미 8군 무대서 첫 선을 보이고 나서 대략 9∼10년 뒤라고 보면 된다. 벤처스나 비틀스 등 전기 기타가 필수적이었던 초기 로큰롤 그룹의 음악이 유행하기 훨씬 이전에 나는 이땅에서 전기 기타 음악을 했던 것이다.

물론 이인표, 김희갑 등 나보다 10여년 선배들이 전기 기타를 쓰기 시작했으나, 나와는 경우가 달랐다. 그들이 'A-1'이란 라틴·탱고·뽕짝 음악 쇼단에서 기타를 쳤던 것은 밴드의 멤버로서였다. 다시 말해, 나는 최초로 대중의 각광을 받은 기타 솔리스트이다.

'스프링 버라이어티' 시절, 내가 썼던 장비를 생각하면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 물론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 케케묵은 장비다. 그러나 거기서 나오는 음질 하나는 참으로 좋았다. 비록 전자 악기의 형태였으나 어쿠스틱 악기 고유의 공명음이 그대로 증폭된 맑은 소리였다. 20와트에서 40와트까지의 출력을 가졌던 진공관 앰프 특유의 순화된 음은 요즘 최첨단 전자 기기들로서는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장점이 한 데 뭉뚱그려져 내는 음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통기타였다. 깁슨 기타를 흉내 낸 일제 테스코 기타를 앰프와 연결시키면 통기타의 공명음이 그대로 살아 났다. 요즘 전기 기타의 현은 날씬하게 쫙 빠져 있다. 그러나 당시 전기 기타줄은 굵은 쇠줄이어서 몇 번 치고 나면 손가락이 까져 끝에서는 불이 날 지경이었다. 통기타에 더 어울리는 줄이었다. 내가 요즘 전기 기타와 같은 딱딱한 몸체(solid body)의 전기 기타를 쓴 것은 1960년대 가지나서 였다.

원시적인 형태이긴 했으나 국내 최초로 이펙터(효과 음향 발생기)를 사용한 사람 역시 나다. 앰프는 기타음을 증폭시킬 뿐이다. 선배들 전기 기타가 바로 그런 밋밋한 음을 냈다. 사실 라틴 음악이나 재즈 같은 데에는 그 외에 다른 음은 필요치 않았다. 디스토션 코러스 딜레이 플랜저 등 각종 음향 기기를 써, 전기적으로 증폭된 음을 비틀고 후려치는 것이 바로 이펙터란 물건이다. 록 음악의 시작이자 끝이라 해도 좋을 그 이펙터의 초창기를 떠 올리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국내에 기타 이펙터가 첫선을 보였던 때는 1950년대 후반이었다. 미군 부대를 통해 전기 기타라는 것이 선보이고 나서 였다. 당시 앰프와 함께 나왔던 것은 에코 박스나 비브라토 등 아주 초보적인 이펙터였다. 당시 종로의 기타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을 때 내가 주문해 뚝딱거려 만들어 낸 것이다. 명동이나 충무로 등지에 산재해 있던 '소리사'(또는 '전파상')에 내가 주문한 대로 만든 것이 전자 기타 앰프였다.

내가 이펙터라는 물건을 알게 된 것은 종로에서 기타 선생을 하던 때, 일대에 있던 악기상에서 였다. 아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그 물건을 어느날 주인이 나더러 한 번 써보라 해서 써 봤더니 유행하던 재즈나 뽕짝과는 전혀 다른 맛이 나오는 것 아닌가. 악기점 주인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그 물건들을 홍보 차원에서 한 번 써 보라 했던 것이었지만.

사실 와와나 퍼즈 등 좀 더 진보된 이펙터를 선보였던 것은 덩키스 시절, '봄비'나 '꽃잎' 등을 통해서 였다. 재미 있는 것은 내가 한 번 선을 보이니 이내 유행이 일어, 1970년대로 접어 들자 필수화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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