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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교육"이 빠진 영유아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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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교육"이 빠진 영유아 정책

입력
200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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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국무회의는 보건복지부의 영유아 보육시설 전부와 교육부가 관장하고 있는 만 3세와 4세에 관한 업무 일부를 여성부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이 과연 영유아들을 위해 최선책인가?우리나라에서는 유아교육 문제를 세 가지 관점에서 서로 다르게 보고 있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유아의 발달에 적합한 교육을 적기에 해야 한다는 유아 중심의 관점을 가지고 있고, 사회복지 전공자들은 영유아의 보육을 복지의 관점에서 보고 있으며, 여성 운동가들은 일하는 여성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고 있다.

어떤 관점에서 유아교육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인가? 영유아들은 정책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거나, 잘못되었으니 바꾸어 달라고 요청할 수 없는 만큼 어른들이 그들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유아교육자들은 영유아와 관련된 모든 문제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고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최선의 방향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영유아기에 뇌에 각인되는 정서적 경험은 성장 후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1998년 부모를 토막 살해한 이모군의 어린 시절도 잘못된 유아기 경험 때문이었음을 그의 일기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이렇듯이 영유아기의 교육과 보육은 대단히 신중히 다루어야 할 분야이다. 영유아들이 경제활동을 하거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지는 않지만, 개개인의 생활습관, 도덕성의 기초, 인격의 기초, 창의성이 그 시기에 형성될 뿐 아니라 국가의 인적 자원을 길러낸다는 의미에서도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감성지능이라는 책에서 "지능은 감성이 발달한 후에야 제대로 기능한다" 라고 하여 충격을 주었던 학자 골만은 뇌의 전두엽에 편도복합체라는 부위가 있으며 이곳에 정서적 경험이 각인된다고 하였다. 지적 능력과 관련이 깊은 대뇌 피질의 회로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연결도 되고 둔화도 되지만 정서적 경험을 저장하는 편도복합체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엄마, 아빠, 유아교사 등으로부터 받는 사랑, 사물에 대한 호기심,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등은 뇌에 들어가는 즉시 기록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지적하면서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1990년 12월 영유아 보육법 제정 당시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영유아들은 교육부가 맡아 발달에 적합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복지부 관장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그 후 10여년간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영유아 업무를 이리저리 옮기는 것보다 아이들을 충실히 키우고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해 '유치원은 교육부, 영유아 보육시설은 복지부'로 이원화한 제도를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왔다. 그런데 다시 여성부로 이관이라니? 아이들이 무슨 보따리인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번에는 또 유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걱정과 근심을 해야 하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유아교육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유아 자신들을 위해서, 아니 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어떤 정책이 가장 적합한지, 어떻게 해야 영유아들에게 정서적 상처를 주지 않을지, 어떻게 해야 아이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면서도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의논해야 한다.

100여년 동안 후생성에서 유아교육을 담당해왔던 스웨덴은 1996년 영유아교육 업무를 모두 교육과학성으로 이관하였고, 영국은 1999년부터 영유아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교육고용부로 이관하였다고 한다. 그들은 왜 이 문제를 교육적 관점에서 해결하였을까? 바람직한 유아교육정책은 과연 어떤 것인지, '영유아의 행복'이란 관점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치열하게 논의 검토해 수립하여야 할 때이다. 지금 실패하는 유아교육 정책은 15년 후에 고통으로 돌아온다.

이 원 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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