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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구 KBS사장 사임 / 靑 "인선 입김" 드러나자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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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구 KBS사장 사임 / 靑 "인선 입김" 드러나자 당혹

입력
200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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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구 KBS 사장 인선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2일 사실로 드러나자 청와대 전체가 낭패감과 곤혹스러움에 휩싸였다. 그 동안 인선개입 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해왔기 때문에 청와대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오전 국회 국정연설에서 1차 해명한 뒤 오전 11시40분께 춘추관을 찾아 기자간담회를 자청, 거듭 무마와 수습을 시도한 것이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해준다.노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KBS 사장 인선에 개입한 적 없다고 말해놓고 오늘 거짓말한 것처럼 돼 있어서 낯이 뜨겁다"며 "난감하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는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했으면 이렇게 어렵거나 쫓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이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시인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인선개입 부분을 설명하는데 여러가지 다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용어 선택에 있어서도 혼란스러운 양상을 노출했다. 노 대통령은 KBS 이사회에 "서동구씨가 사장에 적임"이라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한 것에 대해 처음엔 '개입'이라는 표현도 입에 올렸으나 곧 '추천 또는 건의했다'는 수준으로 말했고 나중에는 임명권자로서의 '의사표시'라고 수위를 낮췄다. 노 대통령은 여론몰이를 노렸는지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호소하는 어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그 동안 개입 사실을 전면 부인해 왔던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실, 정찬용(鄭燦龍) 인사보좌관측은 이날 "내막을 모르고 원론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다","우리는 이번 사안에 직접적으로 간여하지 않았다"며 발을 뺐다.

최근 사석에서 청와대 개입을 일부 시인했던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을 비롯한 정무수석실도 난처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다만 이해성(李海成) 홍보수석은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정도의 의사 표시를 했을 뿐 개입한 것은 아니다"며 여전히 개입 주장을 반박했다. 이 수석은 또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했던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며 차별성을 강변했다.

이 같은 낭패감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임명권을 근거로 한 KBS 사장 추천이 정당하다는 입장에 입각, 이날 사표를 제출한 서 사장 거취 문제등을 놓고 KBS 노조 관계자 등과 대화에 나섰다. 일종의 정면돌파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정당성의 근거로 "나는 의심 받을 만한 부도덕한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 "항상 부정하거나 편파적인 일만 하는 사람으로 나를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대 정권과는 차별성을 갖는 자신의 도덕성이 정당성의 원천이라는 취지의 얘기였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긴급 마련된 KBS 노조 관계자 등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서 사장의 사표수리 여부를 KBS 이사회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먼저 서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서는 "시기가 문제일 뿐 서 사장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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