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방관은 악의 승리를 꽃피운다'는 에드문드 버크의 격언은 과연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 말일까. '정의의 사도'로 자처하며 방관 대신 참여를 택하는 일은 오만이거나 폭력일 수도 있지 않을까.'태양의 눈물'(Tears Of The Sun)은 '정의를 구현하는 의로운 보안관'이란 설정으로 관객에게 대리 만족을 안겨주는 영화이다. 종족 간 처절한 대결을 벌이는 나이지리아가 무대지만 실제 촬영지는 하와이. 반정부군이 주도하는 '인종 청소'가 벌어지는 와중에 외국인 철수 작전이 진행되고 한 백인 여의사를 구하기 위해 워터스(브루스 윌리스)가 이끄는 특수부대가 투입된다.
부족을 동행하지 않으면 결코 혼자서는 떠나지 않겠다는 의사 리나 켄드릭스(모니카 벨루치)의 강력한 요구에 워터스는 헬기를 되돌려 여자와 어린아이를 태운다. 그리고 자신과 부대원은 도보로 국경을 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처참한 인종청소의 현장을 고발하고, 반정부군을 섬멸하는 과정은 정치적 동기를 제하고 본다면 빼어나다. 군더더기 없는 편집과 풍부한 볼거리가 돋보인다. 그러나 위장용 크림과 까칠한 수염, 책임감과 정의감으로 가득찬 눈동자에도 불구하고 브루스 윌리스의 마초적 활약은 쇼 수준에 멈춘 느낌이다. 반정부군은 인간 이하로, 나이지리아 부족은 구해줘야 할 대상으로, 미군은 정의의 사도로 그린 시각도 지나치게 도식적이다. 구출된 뒤 부족들이 흘리는 열광의 눈물은 보기가 민망하다. 마치 '야만인' 프라이데이가 '문명인' 로빈슨 크루소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듯한 광경이다. 소박한 시선으로 보자면 강렬한 영상 속에 휴머니즘을 담은 전투 영화지만, 백인의 오만한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트레이닝 데이'로 부패한 경찰관의 하루를 개성 있는 화법으로 보여 준 안톤 후쿠아 감독 작품. 아프리카의 토양을 공수해 만든 방대한 세트장, 아프리카 현지인 엑스트라 등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 브루스 윌리스는 냉정한 눈빛 속에 따뜻함을 담은 인간적 영웅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줬지만 영화의 정치성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을 해보지 않은 듯. 4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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