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2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표결 처리로 간신히 종지부를 찍게 됐다. 격렬한 반전시위 등 그 동안의 치열했던 찬반 논란에 비하면 표결 결과는 싱거웠다. 찬성표수가 예상외로 많아 "이렇게 압도적으로 통과시켜 줄 거면서 뭘 그렇게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느냐"는 뒷말이 나올 만했다.불과 5분만에 끝난 표결 오후 3시에 열린 본회의는 먼저 2시간여 동안 파병안에 대한 찬반토론을 실시했다. 이어 오후5시20분 박관용 의장이 표결처리를 선언하자 본회의장에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재적 의원 270명 중 256명이 전자 표결에 참여했고 5분여뒤 박 의장은 과반수를 훨씬 넘는 17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며 동의안 가결을 선포했다.
의석의 여야 지도부는 모두 부담을 덜었다는 듯 환한 표정을 지어 보인 반면 반전 의원들은 실망스런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본회의는 이에 앞서 민주당 김경재 의원 등 여야 의원 30명이 제출한 수정안(의료부대만 파견)을 표결에 붙여 재석 의원 256명 중 198명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의원들은 총총걸음으로 의사당을 빠져나가면서 "국익과 양심에 따라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면서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본회의가 끝난 뒤 민주당 문석호 대변인은 논평을 발표, "한반도 평화정책의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되길 바란다"며 정부의 국민통합·사회통합 노력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파병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북핵 사태와 경제위기 등 국가적 현안 해결과 극복에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반전·평화의원 모임' 소속 여야의원 10명은 표결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은 대한민국 국회가 평화의 길을 버리고 전쟁의 길을 선택한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이라크전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 평화에 대한 의지와 세계인의 인류를 향한 사랑의 대열에 우리 국회가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치열한 찬반논쟁 본회의 표결에 앞서 여야 의원 8명은 당적과 무관하게 자신의 소신을 펴며 치열한 찬반논쟁을 벌였다. 민주당 김근태 정범구 김성호, 한나라당 서상섭, 개혁당 김원웅 의원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유일하게 찬성 주장을 폈다. 민주당 박병석,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은 의료부대만 파견하자는 수정안을 지지했다.
반대론자들은 "부시 행정부는 파병을 담보로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약속했다고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공수표가 될 수 있다"(김근태), "우리 국민을 전범국 국민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정범구), "파병안을 부결시켜 우리나라가 미국의 2중대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서상섭) 등의 논리를 내세웠다. 반면 박세환 의원은 "이라크전 지원이 동맹지속 비용이라는 생각으로 국회에서 파병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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