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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대통령의 구차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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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대통령의 구차한 변명

입력
200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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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취임 후 첫 국회 국정연설을 하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은 막바지에 "원고에 없는 얘기를 하겠다"며 KBS사장 선임 과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해명성 연설이 끝난 순간 여야 의원들은 실망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았다", "잘 나가다 엉뚱한 곳으로 빠졌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왔다.언론·시민단체, KBS노조가 서동구 사장 인선과정의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했을 때 노 대통령은 줄곧 침묵했고 참모들은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날 노 대통령은 돌연 인선에 간여했음을 인정했다. 그의 말처럼 "대통령이 거짓말했다"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의 해명도 논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이사회에 건의했을 뿐이며 개입은 압력행사를 의미하는데 나는 그런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어찌 보면 매우 독선적이고 위험스러운 논리전개다.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져 온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의 '건의'와 '지시'의 차이가 과연 뭔지 되묻고 싶다.

"KBS 사장 임명은 대통령 권한이므로 존중해달라"는 말은 논란의 핵심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지금 시비의 대상은 대통령의 임명권한이 아니다. 공직자의 권한 행사에는 절차와 과정의 합리·합법성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이사회의 독립적 판단을 대통령이 제한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부당하게 간여했다는 점에서 절차의 정당성을 잃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구차한 변명이나 억지 논리보다는 진솔하고 담백한 사과와 시정조치가 오히려 국민에게 환영 받을 수 있음을 노 대통령은 알았으면 한다.

신효섭 정치부 차장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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