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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만화] 김철수 "라이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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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만화] 김철수 "라이파이"

입력
200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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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파트너 '제비양'과 함께 전용제트기 제비호를 타고 사악한 무리들을 끝까지 쫓아가 통쾌하게 쳐부수는 슈퍼맨 '라이파이'. 1970년대 이후 지구촌 영화 팬들을 열광시켰던 영화 '007 시리즈'의 컨셉을 쏙 빼 닮았다. 007의 원조인 셈이다. 그의 가슴에는 라이파이를 뜻하는 한글 이니셜 'ㄹ'이 새겨져 있다.60년대 한국만화계는 라이파이를 시작으로 화려한 비상(飛翔)을 했다. 만화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당시 전국의 2만 여 만화방은 코흘리개들의 발길로 문턱이 닳을 지경이었다. 매번 아슬아슬한 장면에서 만화는 끝나고, 그 '계속편'은 2, 3일 후 만화방에 도착한다. 웬만한 만화방이라면 라이파이를 서너 권씩 진열해 놓아야 했다. 방과 후에 만화방 앞에 진을 치고 있던 꼬맹이들은 자전거를 탄 배달사원이 골목 어귀에 나타나면, '와-'하는 함성을 지르곤 했다.

SF만화 '라이파이'는 산호(64·본명 김철수) 선생이 대학 재학 중이던 60년 1월에 첫 선을 보였다. 이 만화는 65년까지 약 70여 권이 시리즈로 발표되면서 당시 어린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었다. 라이파이의 성공은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에서 찾아진다.

이 만화 속에는 '무선호출기' '레이저광선총' '배낭형 제트추진기'등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첨단 장비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라이파이가 본부로 사용하는 '해골요새'는 태백산맥의 깊숙한 산골짜기에 위치해 있었다. 상상력에 '국적 있는 판타지'까지 더해졌다.

라이파이는 산호의 출세작이자 한국 근대 만화사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흥행작이다. 지금 이 만화책은 서울 인사동의 고서점에서 수백만원을 호가하지만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좀처럼 시중에 나오지 않는다는 게 수집상들의 말이다.

산호선생은 고교생 시절인 58년 '황혼에 빛난 별'을 만화잡지에 연재하면서 데뷔했다. 68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까지 '콜로라도의 달' '무적함대' '싸이칸' 등 수백 권의 작품을 창작, 당대 대표작가로 군림했다.

산호의 만화작품은 공상과학 뿐 아니라 검술, 권법, 전쟁 소재를 비롯해 역사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미국에서도 '샤이언 키드'(Cheyenne kid) '귀신이야기'(Ghostly tales) 등 약 300권의 만화를 발표했고 만화출판사 '아이언 호스'(Iron horse)도 설립해 운영했다. 80년에는 사업가로 변신, 관광용 잠수함 등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회사도 만들었다. 사이판과 제주 서귀포에 운행중인 관광잠수정도 88년 산호선생이 설계한 작품이다.

93년 사업을 정리하고 다시 만화가로서 우리 곁에 돌아온 그는 경기 용인의 산골에 화실을 차려 현재도 왕성한 창작을 계속하고 있다. 회화풍의 그림이야기 책 '대쥬신제국사'(1994년) '대불전'(1998년) '한국백오대천황존영집'(2002년)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산호선생은 "그림을 그리고, 그 속에 창작혼을 주입할 때 나는 무한한 작가적 에너지를 느낀다"고 말한다. 그의 눈빛에는 아직도 '라이파이'의 열정이 묻어난다.

/손상익·한국만화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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