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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여행 3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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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여행 3選

입력
2003.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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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동굴 (충북 단양군 단양읍 고수리)충북 신단양 시가지 바로 앞 남한강 건너편에 있다. 천연기념물 제 256호이다. 4억5,000만년 동안 생성되어온 석회암 자연동굴로 1973년 첫 탐사 이후 일반에 개방됐다. 동굴입구에서 타제석기와 마제석기가 발견됐다. 한강과 가깝고 굴 입구가 남향이어서 선사시대의 주거지로 이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총길이 1,700m, 면적 6만93㎡. 침식붕이 유난히 발달하고 지하수가 풍부하게 흘러 기기묘묘한 종유석과 석순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루라이 동굴에 버금갈 정도로 빼어난 동굴로 평가되며 국내 동굴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다른 동굴에 비해 통로가 좁다. 어깨가 벽에 부딪치고, 고개는 물론 허리까지 숙여야 하는 길이 반복된다. 그러나 현란한 모습에 눈은 마냥 즐겁다. 동굴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사자바위, 비단을 녹인 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황금폭포, 짐승의 떼처럼 도열해 있는 석순과 촛대바위, 그리고 천불동과 만물상 등 천태만상의 종유석이 이어져 있다. 특히 퇴보 종유석이라 불리는 아라고나이트는 고수동물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 종유석이다. 동굴 안은 사계절 섭씨 13∼14도를 유지한다.

동굴 안에 물이 많이 흘러 서식하는 생물도 다양하다. 박쥐는 물론 화석곤충으로 널리 알려진 갈로아 곤충을 비롯한 옆새우, 톡톡이, 노래기, 진드기, 딱정벌레 등이 산다. 그러나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로 가까이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조명이 밝게 비쳐진 물 속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이들을 찾기 쉽지않다.

다른 동굴에 비해 사진촬영에 관대하다. 종유석이 폭포처럼 내리쏟아지는 한 광장에서는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광량이 풍부한 스트로보를 펑펑 터뜨리면서. 길은 모두 철다리와 철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람시간은 1시간 정도. 이것저것 사진을 찍다보면 2, 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단양군 문화재 관리소 (043)422-3072.

화암동굴 (강원 정선군 동면 화암2리)

과거 석탄의 고장으로 불리던 정선이지만 정선군 동면의 천포광산은 일제시대 전국 5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던 대형 금광이었다. 지금은 금을 캐는 본연의 업은 접었다. 대신 갱도를 손질해 관광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화암동굴이다.

화암동굴은 금광의 갱도와 갱도를 파가다 발견된 석회암동굴 등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석회암동굴이 발견된 것은 1934년. 광부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마어마한 공간과 만났다. 불을 밝혔다. 그곳에는 세월과 석회암이 빚은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동굴은 그로부터 59년이 지난 1993년 일반에 공개됐다.

관람은 폐광의 갱도에서 시작된다. 천포광산의 당시 모습을 재연해 놓았다. 밀납으로 광부들을 만들어 금을 캐는 작업을 설명한다. 재연 부스는 모두 16개. 관람객이 부스 앞에 서면 센서가 작동해 광부들이 움직이고 1분 내외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석회암 동굴은 마지막 코스에서 만난다. 동굴에 들면 잠시 공포감에 젖는다. 드문드문 종유석과 석순을 비추는 불빛을 제외하고 거대한 어둠이 눈 앞에 펼쳐진다. 블랙홀이 이런 이미지일까. 이 곳에는 동양 최대 규모로 알려진 유석폭포를 비롯해 대형 석주와 석순이 부지기수이다. 계단으로 만들어진 탐방로를 따라 돈다. 약 550m. 높이 30m, 둘레 20m의 황종유벽, 부처상, 유석폭포 등 절경에 취한다. 1시간30분 정도면 모두 돌아본다. 관리사무소 (033)560- 2578.

환선굴 (강원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환선굴 입구는 백두대간의 거친 봉우리인 덕항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해발 400m. 매표소에서 1.5㎞ 정도 걸어야 한다. 덕항산은 돌덩어리 산. 절묘한 바위 봉우리를 감상하며 산에 오른다.

길은 심심치 않다. 통방아와 너와집 등을 재현해 놓았다. 안내방송이 나온다. 굴의 개요와 관람 요령, 주의사항 등을 나지막한 소리로 말한다. 입구에 닿을 때까지 4, 5번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굴 속에 들어간다는 막연한 공포가 어느 새 사라진다.

천연기념물 제178호인 환선굴은 1997년 10월 일반에 공개됐다. 석회암 동굴로는 동양에서 가장 크다. 총 연장길이는 6.2㎞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나 이중 공개되는 부분은 1.6㎞ 정도이다. 5억3,000만년 전부터 형성됐지만 여전히 노화와 회춘을 반복하는 살아있는 굴이다. 성장기부터 쇠락기까지 동굴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길은 쇠로 만든 다리와 난간으로 되어있다. 여행객들은 신발에 흙 한 점 묻히지 않고 굴을 샅샅이 훑을 수 있다. 대신 난간 바깥으로는 나가지 못한다. 안전과 보존을 함께 생각해서다. 쇠로 만든 길은 전람회에서 그림을 감상하듯이 이쪽 저쪽 벽에 위치한 동굴의 예술품을 구경할 수 있게 오르락 내리락 하며 이어져 있다. 1시간 30분 정도면 돌아본다.

말이 굴이지 땅 속에 만들어진 다른 세상이다. 거대한 규모에 입이 먼저 벌어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제1폭포를 비롯해 오련폭포, 흑백유석, 꿈의 궁전, 도깨비 방망이, 대머리형 석순, 악마의 발톱 등 신비로운 동굴의 세계가 계속 모습을 나타낸다. 모든 작품의 이름은 지역 주민들의 공모를 통해 붙여졌다. 가까운 것은 손에 닿는 위치에 있지만 손을 대는 것은 금물. 곳곳에 감시용 카메라가 돌아간다.

공포의 코스도 있다. 지옥교와 참회의 다리. 무심코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중간에서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밧줄로 연결한 출렁다리다. 사람이 걸으면 흔들린다. 잠시 아래를 내려보다가 갑자기 발걸음이 빨라진다. 밑은 아득한 낭떠러지이다. 대이동굴관리사무소 (033)541-9266.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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