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의 국회 처리를 위한 분위기가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 1일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가 당내의 반대파 의원에 대한 총력 설득에 나선 가운데 반대파 사이에도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는 표결 참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동의안의 처리시점을 놓고 "2일 본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 시정연설이 있은 뒤 바로 처리하자"는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 한나라당이 3일 처리 가능성을 열어둔 채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변수다.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동의안 통과를 위한 소속 의원들의 협조를 간곡히 호소했다. 정 대표는 "당론을 일치시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분명한 입장 표명을 통해 당론과 국론을 모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됐다"고 자신이 '총대'를 메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수정안 찬성 의원까지 (찬성쪽에) 넣어도 반대가 많았으나, 지금은 설득 작업의 효과로 6대4 정도로 찬성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파병에 반대하는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토론회를 갖고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개혁당 김원웅(金元雄) 의원은 "전원위원회의 토론을 거치면서 찬반 의원수가 80대80으로 팽팽해졌다"며 "2일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을 제대로 하면 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의안 표결에 대한 실력저지를 거론하는 등 한때 완강했던 기세는 완연히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토론회 참석자도 5명에 불과했다.
파병 반대쪽에 선 한나라당 김영춘(金榮春) 의원은 "지난 일주일 동안 반대논리를 국민에게 전할 충분한 기회를 가진 만큼 당당히 표결에 임해야 한다"며 "우리의 행보가 고의적 의사진행 방해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범구(鄭範九) 의원도 "자유로운 토론시간을 준다면 표결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여권과 반대파의 이 같은 기류변화를 반기면서도 2일 동의안 처리에 대해서는 "두고 보자"는 태도다. 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담길 내용과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지켜본 뒤 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화끈하게 할 테니 기대해보라"며 2일 중 동의안을 처리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총무는 "모든 것은 시정연설 직후 소집될 의원총회에 달려 있다"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또 민주당의 반대 의원 중 많은 수가 본회의 반대토론을 신청할 경우에도 처리에 응할 수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이다.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2일 찬반토론, 3일 동의안 표결'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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