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1일 공적자금 비리사범에 대한 3차 수사결과를 발표, 정치인 60여명에게 비자금을 뿌린 고병우(69) 전 동아건설 회장, 박영일(57) 전 대농그룹 회장 등 10명을 구속하고,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 등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분식회계 등을 통해 회사자금을 횡령한 J, K, N그룹 등 10개 부실기업의 관련자 50여명을 출국 금지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검찰에 따르면 고 전 회장은 2000년 4·13 총선 직전 비자금 38억원을 불법 조성, 7억원을 정치인 60여명에게 1인당 200만∼5,000만원씩 건넨 혐의다. 검찰은 1,000만원씩을 받고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이종찬, 김선길, 정영훈 전 의원 등 3명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하고, 정상적인 정치자금으로 처리한 나머지 정치인들은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2000년 5월 정치권에 로비를 해 1조원대의 김포매립지공사를 수의계약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동아건설로부터 5억원을 받은 박백선(57)씨를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구속하고, 박씨가 5억원 중 일부를 전달했다고 진술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막내 처남 이성호(70)씨도 수사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동아건설은 협조융자로 겨우 연명하면서도 구조조정보다 정치권 로비에 주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아건설은 2001년 5월 3조5,000억원의 부채를 남기고 파산했다.
박영일 전 대농그룹 회장은 미국에 호화별장을 소유하는 등 한때 부실·탈법 경영의 전형으로까지 지목됐으나 구속 전에는 전셋집을 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은 97년 1월 신동방그룹이 자신의 우호지분이 17%에 불과한 미도파를 인수·합병(M&A) 하려하자 대농중공업 등을 통해 미도파 주식 1,387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미도파의 재무상황이 악화해 주가폭락이 예상되던 시점에 자사주 매집을 지시했고, 이후 실제 주가하락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이례적으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적대적 M&A에 노출된 벤처기업 등의 오너들은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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