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혜엄마 김병희씨아이 셋 중 유난히 감기를 달고 사는 둘째 다영이(8·여)가 한 달 넘게 기침을 하고 있답니다. 다른 증상은 없어요. 병원에 꾸준히 다니며 약을 먹였는데 별 효과가 없습니다. 아이가 이젠 약만 봐도 진저리를 치고 너무 오래 먹이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아 민간요법을 쓰고 있습니다. 은행을 볶아 먹이고 모과차도 달여 먹여 보았으나 좋아진 것 같다가도 밤이 되면 다시 기침을 합니다. 집안에 빨래도 널고 가습기도 틀어줍니다. 다만 아이가 추위를 많이 타 밤엔 온도를 높여 주는 편입니다. 요즘은 기침을 할 때마다 배즙을 내어 꿀에 재워 먹이고 있어요. 아이가 잘 먹긴 하는데 좋아지는지 확신할 수가 없어요.
장스여성병원 박선옥 원장
"기침 좀 뚝 떨어지게 해주세요"라는 말은 소아과 의사가 종종 듣는 주문 중 하나입니다. 기침 때문에 못 먹고 못 자는 아기를 보는 엄마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소아과 의사의 입장에서 무조건 진해제(기침억제제)로 기침을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기침은 호흡기로 이물이 흡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반사기능이고 가래의 배출을 도와 오히려 호흡기를 보호해 주는 고마운 아군이기 때문입니다. 때로 진해제는 아이의 질환을 살짝 가려 병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의사가 무찔러야 할 적은 기침 자체가 아니라 기침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질환들입니다.
기침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감기 등 상기도 감염입니다. 이 때의 기침은 가래 없이 건성인 경우가 많고 대개 1주일이 지나면 좋아지고 2주일 이상 가지는 않습니다. 기침이 3주 이상 가면 만성 기침이라고 부르며, 반드시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해야 합니다.
만성기침의 원인은 나이에 따라 다릅니다. 돌 이전에는 선천성 기형,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클라미디아 폐렴, 모세기관지염, 흡인성 폐렴 등을 들 수 있고, 다영이 나이 또래에는 기도내 이물 흡인,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등 감염, 천식, 부비동염, 기관지확장증 등이 많이 발생합니다. 저학년의 초등학생들에게는 천식, 부비동염, 만성 중이염 등이 만성 기침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 담배 연기 등 기도 자극 물질, 감염 후 기도 과민성도 원인일 수 있습니다.
기침을 동반한 호흡곤란, 3일 이상 가는 열, 3주일 이상 가는 기침이 나타나거나, 아이가 아파 보이며 늘어질 때는 반드시 소아과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결핵 반응 검사(때로는 흉부 X선 검사도)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간요법은 증세는 억제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소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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