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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63>드라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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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63>드라큘라

입력
2003.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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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9년 4월2일 아침 왈라키아공국(지금의 루마니아 남부)의 지배자 블라드 드라큘라는 부하들을 이끌고 브라소프 마을에 들어가 주민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학살의 이유가 또렷했던 것은 아니다. 성격이 급한 전제적 지배자였던 드라큘라는 자신이 모욕당했다고 느끼면 즉시 학살로 보복했다. 그 모욕이 현실적인 것이든 상상적인 것이든 상관없었다. 학살 방법도 특이했다. 그는 꼬챙이로 사람을 찔러 죽이게 했다. 그래서 드라큘라는 '꼬챙이'를 뜻하는 '체페슈'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오늘의 소재인 브라소프 학살로 돌아가자. 그 날 해질녘까지 드라큘라의 부하들은 이 마을의 작센족 주민 수천 명을 꼬챙이로 찔러 죽였다. 드라큘라는 시체가 매달려 있는 그 꼬챙이들을 수많은 동심원 꼴로 세워놓도록 했다. 말하자면 사람의 몸뚱어리로 꼬치를 만들어 세워놓은 것이다. 드라큘라는 이 끔찍한 풍경을 바라보며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그 날의 학살을 마무리했다.

드라큘라의 브라소프 학살 에피소드는 19세기말 영국 소설가 브램 스토커에게 강한 영감을 주어 괴기소설 '드라큘라'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뒤 연극·영화·뮤지컬 등으로 각색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드라큘라는 전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루마니아 사람이 되었다. 드라큘라와 관련해서는 브라소프 학살 외에도 잔혹한 에피소드가 여럿 기록돼 있다. 한 번은 티르고비스테의 자기 성(城)으로 온 나라의 걸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연 뒤, 그들을 모두 태워 죽이기도 했다. 그러나 루마니아 역사에서 드라큘라는 오스만투르크 제국 군대를 물리친 용장으로 기록돼 있기도 하다. 그는 터키 포로들을 꼬챙이에 꽂아 죽임으로써 적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드라큘라는 1474년 터키 군대와의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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