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연합군은 개전 12일 동안 무려 8,000발의 정밀 유도 폭탄과 미사일을 이라크에 쏟아부었다. 과연 이 가운데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한 것은 얼마나 될까.미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오폭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명중률이 거의 90%에 달할 것이라는 견해부터 절반밖에 안될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미 정부 관리와 민간 전문가들은 "미군이 이라크 전쟁에서 역사상 가장 정밀한 공중전을 전개하고 있다"며 "8,000여발 가운데 목표물을 빗나간 것은 10%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800발 정도는 엉뚱한 곳에 떨어졌다는 얘기가 된다.
미 중부사령부의 찰스 오웬 해군 중령은 "어떤 무기도 100% 완벽하지 않다. 한 두 발은 목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오폭 가능성이 극히 적다고 주장했다.
영국 제인 연감의 항공발사무기 편집장 로브 휴슨은 "캐나다 국방부가 내놓은 코소보공습(1999년)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나토군이 발사한 정밀 유도무기의 명중률은 60∼70%였다"며 "이번 전쟁에서 사용된 정밀 무기 명중률은 코소보 때보다 10∼15% 정도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아프간 전쟁의 사례를 들어 정확도가 턱없이 낮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는 최근 발간한 '부시는 전쟁 중'이라는 책에서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이 2001년 10월9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보고한 1급 비밀문서를 인용, 아프간에서 미군 폭격의 명중률은 45.7%에 그쳤다고 폭로했다.
이를 근거로 일부 전문가들은 아프간 전쟁 1년6개월 뒤 발발한 이라크 전쟁에서도 명중률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고도 3㎞까지 몰아 치는 사막의 모래바람은 정밀 공중 폭격을 가로막고 크루즈 미사일의 정확도를 떨어뜨렸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어쨌든 위성이나 레이저 빔으로 유도되는 첨단 정밀무기라 해도 타깃 좌표 및 지형 정보의 잘못된 입력과 풍향의 변화, 조종사의 위치 오독으로 엉뚱한 곳을 때릴 가능성은 상존한다. 크리스티 놀타 미 공군 중령은 "정밀 유도무기도 결함이 있는 기계이고 이를 조작하는 인간도 실수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