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랄, 소대장! 넌 지금 민간인 가족을 죽였어."3월 31일 오후(현지시간) 이라크 중부 나자프 인근 9번 고속도로. 미군 3보병사단 브라보 중대 브래들리 장갑차의 25㎜포가 검문소로 다가오는 푸른색 도요타 밴을 향해 불을 뿜었다.
순간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밴을 망원경으로 살피던 중대장 로니 존슨 대위는 "왜 경고 사격을 충분히 하지 않았나"라고 소대장에게 소리쳤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사격으로 민간인 7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고 1일 밝혔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차에 타고 있던 민간인 15명 중 5세 가량 어린이 5명을 포함해 10명이 즉사했으며 생존자 중 1명은 위독하다고 보도했다. 미군이 민간인을 조준 사격해 희생된 것은 처음이다.
존슨 대위는 "경고 사격에도 불구하고 검문소로 다가오는 밴의 엔진을 향해 사격했으나 그래도 멈추지 않아 장갑차가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중부사령부는 "교전 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 안은 처참했다. 의무하사관 마리오 맨자노는 "차 안에는 부상을 입은 여성이 피범벅이 된 채 토막 난 두 아이를 품에 꼭 껴안고 있었다. 이렇게 끔찍한 광경은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떨궜다. 머리에 찰과상을 입은 산모는 미군 헬기로 후송됐다. 미군은 시체를 담는 배낭 10개와 보상금을 생존자들에게 주었다.
같은 날 남부 움 카스르와 바스라 중간 지점 고속도로 옆. 이라크 민간인 8명이 눈물을 흘리며 길가의 무덤을 파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아들의 시신을 옮겨가기 위해서였다. 흙이 조금 걷어지자 23일 영국군의 총격에 숨진 바셈 압두 자라(30)의 팔이 드러났다. 바셈의 아버지는 "도대체 내 아들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고 절규했다.
바셈 일가 10여 명은 당시 차를 타고 움 카스르보다 안전할 것 같은 바스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영국군이 나타나 우리 차를 쐈다. 양손을 들고 차 밖으로 나갔는데도 총격은 계속됐다. 잠시 뒤 차가 폭발했다." 생존자 하셈 파라는 치를 떨며 그날의 기억을 AFP 통신 기자에게 증언했다.
생존자들은 당시 바셈의 시신을 임시로 길가에 매장했다. 중상을 입은 운전자도 움 카스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모습을 드러낸 바셈의 시신은 이미 부패해 악취를 내뿜고 있었다. 나무관을 부여잡은 아버지는 "겨우 30세에 4달 전에 결혼해 행복해 했었는데…"라며 오열했다. 바셈이 탔던 차옆에는 불탄 트럭 1대가 있었다. 트럭에서는 뼈만 남은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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