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중견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씨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을 잇달아 탈퇴했다. 대선 이후 노사모의 갈등과 행적을 보면 두 배우의 탈퇴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어서, 시간 문제였을 뿐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앞으로 시민단체의 순수한 이상과 목표달성 후 현실정치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만하다.노사모는 순수한 열정으로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며 노 후보를 당선시켰다. 자발적 시민운동이 성공한 예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순간 당연히 모든 여건은 변했다. 당선과 함께 목표와 구심점이 사라짐으로써, 다음 목표에 대한 합의가 없이 노사모는 표류했던 것이다. 정체성이 흔들리자 회원 간의 결속은 느슨해지고 회비 납부 실적이 뚝 떨어졌다.
문씨, 명씨는 노사모 인터넷 홈페이지 배너광고 유치결정에 비판적 견해를 보여왔다. 이들은 "최근 수익사업 논의는 노사모의 뜻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대통령에게 부담만 줄 수 있다"며 결국 탈퇴했다. 다른 회원들도 "노사모가 배너광고를 하라는 데 안 할 수 있는 기업이 어디 있나"라면서 노사모의 권력화를 우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사모의 파병반대 등 노선에 대해서도 의견이 달랐다. 문씨는 개인적으로는 파병을 반대하지만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놓고 고민 끝에 결정한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순수한 열정의 산물인 시민운동과, 타협과 절충의 기술이기도 한 정치는 동행이 어렵다. 두 배우가 노사모에 연연하지 않고 탈퇴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 그들이 영화에 전념해도 환영할 만하지만 또 다른 시민운동을 편다면, 그것은 별개의 일이다. 차제에 노사모의 해체까지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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