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첫 남북간 고위급 회담인 10차 장관급 회담이 무산될 것으로 우려되는 등 남북관계가 사실상 전면중단 위기에 처했다.이번 장관급 회담은 7일부터 3박4일간 평양에서 개최키로 합의했지만 북한은 1일 현재 일정 협의조차 요청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경협 실무협의를 연기시키고 경의·동해선 철도 연결식도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대화채널을 막은 원인은 안보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강경 입장이 좀처럼 변하지 않는데다 3월 내내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훈련과 독수리훈련이 진행되는 등 북한 입장에서 안보 불안요인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남측이 미국의 압력을 막기 위한 '민족공조'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5∼29일 남북·해외학자 통일회의 참석차 방북했던 연세대 문정인(文正仁) 교수도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은 노 대통령이 미국에 경사된 게 아니냐는 불만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남한 당국이 국익을 내세워 이라크에 파병하려는 것은 미국의 조선 침략전쟁을 안내하는 범죄행위"라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대북송금 특검도 악재가 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월말 특검법 국회 통과 후 아태평화위 상보를 통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대북 밀사설을 흘리는 등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특검법 개정안 확정 후 특별검사의 수사가 본격화하면 남북관계 전반에 냉기류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RSOI 훈련이 종료되는 2일 이후 판문점 연락관 접촉 등을 통해 북측의 장관급 회담 개최 의사를 타진할 방침이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여전히 민족공조를 강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대화 거부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이라크전의 전개 상황 등 북한이 안보불안을 느끼는 요인들이 해소될 때까지는 당국간 회담에 나서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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