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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0만불 폭로는 청와대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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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0만불 폭로는 청와대 공작?

입력
2003.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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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20만달러 수수설이 당시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기획폭로였다는 사실이 굳어지고 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이 의원직을 걸었다면서 폭로해 대선을 앞두고 정계를 뒤흔들었던 사건이 청와대의 작품이라니 충격적이다. 청와대가 이런 일에 나섰다면 이는 바로 정치공작이 아니고 무엇인가.검찰 조사와 관련자들에 의해 드러나는 여러 사실들은 추악하다. 청와대의 현직 비서관들이 보유한 정보를 공유하고 현역 의원을 동원해 이를 정적의 공격소재로 삼았다는 얘기다. 더구나 설 의원의 폭로가 있던 지난해 4월은 대통령 아들 비리 스캔들이 극에 달할 때였으니 폭로의 동기는 자명해 진다. 청와대가 야당 총재의 뒤를 캐는 데 힘을 쏟으려 할 때 이 정보들은 어디서 어떻게 왔겠는가.

청와대의 개입사실이 폭로 당사자인 설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도 놀랍다. 지지부진하던 검찰수사 과정이 석연치 않은 것도 문제인데다, 그는 폭로자료를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스스로 법정에서 밝혔다. 또 다른 비서는 계속 입을 다물다가 엊그제서야 폭로관련 회동에 동석했다고 말하고 있다. 폭로의 언저리에는 소위 '최규선 게이트'로 불리던 권력비리가 깊숙이 얽혀 있어서 관련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비상한 관심이다.

이 사건은 이 전 총재가 20만달러를 받았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일과는 전적으로 별개다. 비선과 배후에 권부 청와대가 등장하고 있다는 자체가 범죄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현역 의원이 이런 공작의 도구로 나섰다는 사실에서 유권자들은 허탈하다. 설 의원은 비슷한 경로를 밟았던 다른 폭로들이 사실로 드러나 이 건도 그대로 믿었다고 한다. 이 정도의 진상만으로도 그는 자신의 공언대로 의원직을 버리는 것이 도리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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