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의 아이콘 중 하나는 신구대결이다. 새로운 영양분을 공급하고 묵은 것은 떨쳐버리는 왕성한 신진대사는 프로야구를 22살의 청년으로 성장시킨 섭리였다.올해 40명의 신인이 프로야구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다. 일단 가장 많은 계약금(4억3,000만원)을 받고 LG에 입단한 고졸 출신의 내야수 박경수(19)가 관심 대상이다. 경험미숙으로 시범경기에서 1할대를 밑도는 저조한 타율(0.067)을 보이기는 했지만 박경수는 정교함과 파워를 겸비한 대형타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에 입단한 고려대 출신 포수 이택근(23·계약금 2억5,000만원)도 박경완의 이적으로 생긴 '안방' 공백을 메울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으면서 2년차 강귀태와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계약금 1억8,000만원에 기아에 입단한 고졸 신인 서동욱(19)은 시범경기에서 3할 타율(4타점)을 선보여 대형 유격수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팀 전력과 흥행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용병들도 새로운 진용을 갖췄다. 선발 트래비스 스미스(SK)가 시범 3경기에서 방어율 1.93의 짠물투구를 보여줬고 두산의 사토시 이리키가 구원 공동 2위(3세이브포인트)에 오르면서 일본인 용병 시대를 예고했다.
이에 맞서는 기존 선수들의 작전 명령은 '재기와 설욕'이다. 올 시즌 유난히 명예회복을 벼르는 선수들이 많다. 자유계약선수(FA) 출신의 홍현우(LG)와 양준혁(삼성)이 대표적이다. 20억원(4년)의 몸값에도 불구하고 부상으로 1할대 타율에 맴돌면서 2년간 눈치밥을 먹었던 홍현우다. 시범경기에서 3할3푼3리의 타격을 선보인 홍현우에게 올 시즌은 부활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4년간 27억2,000만원을 받고 LG에서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한 양준혁도 지난해 부진을 털고 올 시즌에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의 좌절과 중도 하차의 아픔을 각각 겪었던 진필중(기아)과 조진호(SK)도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제2의 야구 인생에 도전한다. 일본 무대에서 체면을 구겨야 했던 정민태(현대)도 '돌아온 에이스'로서의 명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전격적인 트레이드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조경환 박경완(SK) 박재홍(기아) 등 '이적생 3인방'의 설욕전도 흥미거리다. 조경환은 시범경기 타격 1위(타율 0.475)로 올 시즌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비운의 스타 강혁(SK)도 부활의 방망이를 곧추세웠다. 이중등록 파문과 어깨부상으로 야인생활을 했던 강혁은 시범경기에서 끝내기 홈런 포함 9타점의 화끈한 방망이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덕아웃에서도 프로야구 초창기 코칭스태프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었던 조범현(43·SK)·유승안(47·한화) 감독 등 40대 신인 감독과 김응용(삼성)·이광환(LG)·백인천(롯데) 감독 등 터줏대감들이 신구대결을 펼친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