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곳곳에서 '이라크와 함께 싸우겠다'는 목소리가 거세다.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형제국에 대한 침략'으로 규정한 아랍 전사들이 반미 구호를 넘어 실제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전쟁의 불똥이 아랍권 전체로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1일 시리아와 레바논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 2,000여명이 이라크로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지하드'(성전·聖戰)가 파견한 이들 상당수가 자폭 공격을 각오하고 있으며 이라크에서 훈련을 받은 뒤 곧 바그다드와 나자프 등 주요 거점에 배치될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레바논 팔레스타인 이집트 시리아 출신 아랍 청년 36명도 3월 31일 미군과 싸우기 위해 바그다드로 출발했으며 이란과 알제리에서도 성전 참여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시리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영 연합군의 불법 침략에 맞서 싸우는 이라크 형제들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모든 아랍국에서 5,000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항전에 참가하기 위해 이라크에 도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랍권 이라크 지원 움직임은 아랍국들의 동질감이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확고하다는 데서 비롯된다. 민족, 언어, 종교가 같고 20세기 초까지도 한 나라로 존재했던 탓에 아랍국들은 서로를 말 그대로 '형제 나라'로 간주한다.
아랍권 내부의 갈등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지만 '외세의 침략' 앞에서 큰 걸림돌은 아니다. 또한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친 이스라엘 정책은 아랍권에 뿌리 깊은 반미 감정을 만들었다. 1991년 걸프전과 달리 이번 전쟁의 명분이 약한 것도 배경이다.
특히 후세인이 팔레스타인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 아랍권의 대표 선수로서의 자리를 지켜온 것도 '지하드'라는 이례적인 군사지원을 가능케 했다. 시리아의 지원 선언은 이라크 전쟁 후 미국의 다음 목표가 자신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분석가들은 아랍권의 이 같은 움직임이 아직 산발적이며 국가적·조직적인 개입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전쟁이 아랍 대 미국의 대결로 비화할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 참전 규모도 전황을 좌우할 만큼 위협적이지 않다. 다만 실제 자폭 공격 등이 시작된다면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선 미군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아랍권 의용대의 참전은 이보다는 친미 이라크 정권 수립, 중동 질서 재편 등을 포함한 미국의 전후 처리 전략에 차질을 주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랍 전사들이 성전을 수행한 영웅으로 떠받들어지고 민중 사이에 반미 감정이 고조된다면 미국 쪽으로 기울어진 아랍 정권들도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전후 중동에서의 미국의 입지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위태로워질 수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