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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CEO" LG화재 구자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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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CEO" LG화재 구자준사장

입력
200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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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기록이 좀 안 좋네요. 그래도 기분은 날아갈 것 같습니다." 일요일인 30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 공원 'LG화재배 제1회 코리아오픈 마라톤대회'장. 마라톤 하프코스(21㎞)를 막 완주하고 들어온 LG화재 구자준(具滋俊·53) 사장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나이 쉰을 훌쩍 넘긴 구 사장의 이날 기록은 2시간13분. 평균 기록보다 10여분 정도 늦었다. 이날 대회 참가로 벌써 13번째 마라톤 하프코스 완주를 기록한 그는 "2002 회계연도 결산기라 바빠서 연습을 좀 못했더니만 금방 표시가 난다"며 상쾌하게 웃었다. 그는 나흘간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전날 귀국했고 곧바로 '자신이 만든' 이날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구 사장의 별칭은 '마라톤 CEO'다. 한 마디로 그는 마라톤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운동은 승패가 갈리는 것이죠. 지면 기분이 좋을 수 없습니다. 마라톤은 다릅니다. 항상 이기는 게임이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때마다 느끼는 희열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의 마라톤 예찬론은 이어진다. "다른 운동은 많아야 수십명이 같이 할 수 있습니다.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수천, 수만명이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어디 있습니까."

구 사장이 마라톤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9년. 당시 럭키생명 사장이던 그는 어려운 회사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고 결국 마라톤을 선택했다. 구 사장은 "스스로의 건강 관리를 위한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그 보다 회사 직원들과 함께 하면서 자신감을 심어 줄 수 있겠다는 동기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이 덕분인지 취임 2년 만인 2001년엔 회사경영을 흑자로 돌려 놓을 수 있었다. 지난해 3월에는 럭키생명 노조위원장과 함께 '제17회 LA마라톤'에 참석, 42.195㎞ 풀코스를 4시간49분에 완주해 '노사 화합의 레이스'를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 LG화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그의 마라톤 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에만 무려 8번의 각종 마라톤 대회에 임·직원들과 함께 참가해 완주했다. 99년 9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총 24번의 마라톤 대회 참가 기록에 풀코스 완주 경력도 3차례나 된다. 대회 참가만으로는 성이 안 차는지 이번엔 직접 마라톤 대회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순수 아마추어들이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고 싶었죠. 코스도 3㎞, 5㎞, 10㎞, 하프, 풀코스 등 다양하게 구성해 나갈 겁니다."

구 사장은 부부 마라토너이기도 하다.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진 구 사장의 영향을 받아 부인 이영희(李英希·51)씨도 마라톤을 하게 된 것. 이씨는 이날 대회에서도 10㎞ 코스를 거뜬히 완주했다. 이날로 세 번째 대회 참가다. 이씨는 "남편과 좋은 운동을 함께 할 수 있죠"고 말한다.

구 사장은 경영도 마라톤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단기간에 승부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레이스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습니다. '마라톤 경영철학'을 실제 경영에 적용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마라토너 구 사장은 "1년에 한번씩은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마라톤 대회를 개최해 나갈 생각"이라며 "육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 강건함까지 선사해 주는 마라톤을 내 평생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사진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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