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곧 돈이다.' 때문에 프로야구선수들은 기록에 살고 기록에 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일 개막하는 2003시즌 프로야구에서도 팬들의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록들이 많이 있다. '한계'를 뛰어넘어 전인미답의 고지에 오르기 위한 기록경쟁은 올시즌 프로야구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인중 하나이다. 올시즌에 프로야구사를 바꿀 기록들을 미리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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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2년 연속 홈런왕의 기세를 몰아 올 시즌 1999년에 세운 자신의 최다 홈런 기록 54개를 넘어설 수 있을까. 내년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입성이 이루어진다면 개인적으로는 올해가 마지막 도전의 해가 될 지도 모른다. 이승엽의 홈런왕 비결은 바로 스윙의 각도에 있다. 183㎝, 85㎏로 슬러거로서 큰 체구는 아니지만 이승엽은 다른 타자와는 달리 임팩트 순간 어퍼블로우 형태로 들어올리는 타법을 구사, 타구가 이상적인 포물선을 그리며 담장을 넘어가도록 하는 재주를 갖고 있다. 이승엽은 올 시즌 트레이드마크인 외다리 타법도 1년 만에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해 챔프에 대한 경계 심리와 함께 올 시즌 어느 해보다 뜨거운 순위싸움으로 이승엽은 상대 투수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8년차 관록으로 상대 투수를 읽는 수싸움이 늘기는 했지만 그만큼 그의 배트스피드도 조금씩 느려지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156
국내 공인(시속156㎞) 최고구속기록을 가지고 있는 엄정욱(22·SK)은 올시즌 프로야구의 키맨으로 꼽힌다.
190㎝, 90㎏의 거구에서 무시무시한 광속구를 뿌리는 엄정욱이 어느 경기에서 157㎞를 돌파해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지 관심거리다. 올해 오키나와 캠프에서 '꿈의 스피드' 160㎞(비공인 최고구속)짜리 직구를 뿌리며 팬을 흥분시켰던 그는 이미 중앙고 시절부터 시속 145㎞에 달하는 빠른 볼을 던진 '괴물투수'. 지난달 29일 기아와의 시범경기에서도 156㎞를 기록한 그가 국내프로야구의 최고구속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특히 엄정욱은 올시즌들어 최대 약점으로 꼽힌 제구력이 향상되면서 시즌 개막전부터 1군 엔트리에 낄 정도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등판 기회가 그만큼 많아져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20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20승고지'에 오른 선수는 단 10명뿐이다. 제아무리 두드려도 좀체 열리지 않는 '좁은 문'이다. 90년 이후엔 단 3명만이 20승투수로 탄생했을 만큼 내로라하는 철완들에게도 꿈의 승수로 여겨진다. 1999년 정민태(현대)의 20승을 끝으로 아직 20승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는 용병 키퍼(기아)가 20승에 1승이 모자란 19승(9패)으로 다승왕을 차지했고 지난 시즌 18승을 거둔 국내프로야구 통산 최다승(162승)기록 보유자인 송진우(한화)도 프로데뷔후 15년간 단 한번도 20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엔 정민태와 99년 18승을 거둔 정민철(한화), 송진우로 대표되는 토종들과 엘비라(삼성) 키퍼를 내세운 용병들이 '마의 20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임창용(삼성·17승6패)과 지난해 탈삼진왕 김진우(기아·12승11패)도 20승후보들이다. 특히 올시즌엔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돼 4년만의 20승투수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16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한화)의 도전은 올 시즌에도 계속된다. 장종훈은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해 거포의 명성을 이어갔다. 82년부터 92년까지 11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때린 이만수(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의 기록을 이미 야구사에서 지워버린 장종훈은 지난 15년간 크고 작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매시즌 10개 이상의 대포를 쏘아올린 국내프로야구의 간판 슬러거이다. 1987년 연습생으로 입단해 이듬해 12개의 홈런을 친 장종훈은 지난해 5월초 왼손목 인대 염좌로 한달여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12개의 아치를 그려 대기록 행진을 계속했다. 지금은 이승엽(삼성)이라는 걸출한 홈런타자에게 밀려 뒷전이지만 국내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고의 홈런타자라는 자부심이 남다른 장종훈은 올시즌에도 10개이상의 대포를 터뜨리는 것은 문제없다고 호언장담한다. 배트 스피드도 많이 떨어지고 파워도 예전같지 않지만 특별한 부상만 없다면 기록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박석원기자
40
21년 국내프로야구 역사상 '8년연속 40도루'란 전인미답지에 정수근(두산)이 과연 첫발을 뗄수 있을까. 정수근은 지난해 7월26일 삼성과의 대구원정경기서 '7년연속 40도루'에 가장 먼저 올라섰다. 95년 입단한 정수근은 이듬해인 96년 43개의 도루를 시작으로 매년 40개 이상의 도루를 성공시킨 대도(大盜). 지난해 김종국(기아·50개)에게 도루왕을 내주며 체면을 구긴 정수근은 올 시즌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하와이 전훈지에서 올시즌에 발로 승부를 걸겠다고 선언한 정수근의 올해 목표는 50도루. 특별한 부상만 없다면 목표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지난 시즌 각구단 주전포수들중 강견의 상징인 도루저지율 5할을 넘긴 안방마님은 조인성(LG)이 유일하다. 조인성을 제외하고는 정수근의 발목을 붙잡을 만한 포수가 거의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정수근은 목표치를 훨씬 넘어설 수도 있다. 그러나 왕년의 대도 이종범(기아)이 1번타자로 복귀함에따라 도루왕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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