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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이준호·김기훈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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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이준호·김기훈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

입력
200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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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때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그때까지는 예행연습에 불과합니다."한국쇼트트랙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는 데 대들보 역할을 해 온 이준호(39)와 김기훈(37). 20년 가까운 세월을 때로는 동반자로 때로는 선의의 경쟁자로 함께 해 온 이들은 요즘도 같은 공간에서 쇼트트랙과 씨름을 하고 있다. 그 무대는 다름아닌 태릉선수촌. 이준호는 쇼트트랙 여자팀, 김기훈은 남자팀 코치로 세계 정상 수성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태릉선수촌 정문앞. 2003 세계쇼트트랙 선수권 대회(3월 19∼21일·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금메달 7개를 따내느라 진을 뺀 탓인지 기자를 맞는 두사람은 다소 초췌한 표정이었지만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처음 참가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풍성한 수확을 거두고도 뭔가 찜찜한 감이 남아서였을까. 두 사람은 여전히 선수촌을 지키고 있었다.

이준호, 프랑스에서 화려한 변신

"프랑스대표팀 감독경험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준호) "현역때보다 지도자생활이 훨씬 더 힘든 것 같아요." (김기훈) 멘트는 겸손했지만 이들은 이미 성공한 지도자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전명규 감독의 후임으로 사령탑을 맡은 이들은 석달 후 춘천에서 열린 월드컵 1차 시리즈에서 금메달 10개중 9개를 따내며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검증 받았다. 특히 아시안게임에선 6개의 금메달을 건지며 한국이 중국을 꺾고 종합2위를 수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들에겐 항상 '최초'란 수식어가 닉네임처럼 따라 붙는다. 1992년 알베르빌동계올림픽에서 44년 동계올림픽 출전사상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주면서 자연스레 붙은 '훈장' 이다. 김 코치가 1,000m에서 금메달을, 이 코치는 동메달을 따냈으며 둘은 5,000m계주에서도 금메달을 합작했다. 2년 후 릴레함메르에서도 나란히 금메달을 보태, 올림픽 2연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후 둘은 98년 2월 전국체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접었다. 당시 단국대 대학원에 다니던 이 코치는 종합시험에서 영어점수 미달로 떨어지자 아예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98년 영국으로 유학길에 오른다. (이 코치의 현재 영어실력은 외신기자들과 인터뷰를 할 정도다.) 이 코치의 영국행은 '행운'이었다. 영국에서 공부에 몰두하고 있을 즈음 99년 10월 프랑스에서 대표팀 감독직을 제의한 것. 3개월만 맡겠다고 나선 것이 지난해 3월까지 이어졌다. 이때 이 코치가 만든 '작품'이 프랑스의 브루노 로스코스. 감독을 맡은 지 불과 석달만인 2000년 1월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브루노를 남자부 종합우승에 올려놓으면서 지도자로서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김기훈, 에이스들 대거 발굴

김 코치는 은퇴이후 조흥은행을 거쳐 주니어와 상비군 대표를 지도하는 등 빙상과 계속 연을 이어왔다. 특히 주니어 대표들을 지도하면서 한국 쇼트트랙 에이스로 성장한 안현수를 직접 발굴하기도 했다.

"막상 대표팀을 맡고 보니 선수들의 폼이 얼음판위에서 육상을 하는 것처럼 어정쩡한 자세였습니다. 한국 쇼트트랙이 이렇게 망가졌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이들의 손을 거친 태극전사들은 다시 태어났다. 안현수, 최은경은 월드컵시리즈를 통해 세계정상에 우뚝 서는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후미에서 끌려가다 막판에 뒤집는 아슬아슬한 레이스운영이 아닌 스타트부터 치고 나가는 스피드 작전이 적중한 것이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아직 미혼이다. 그래서 코치이기에 앞서 선수들에겐 형이자, 오빠로 통한다. 훈련후엔 스케이트 날갈이를 손수 해주기도 한다. 당연히 대표팀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노력 없인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도철학. 이른바 지옥훈련이 사라지고 자율훈련이 자리 잡으면서 선수들의 의욕이 되살아 난 것이다.

"체력훈련은 준호형의 방식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기술훈련은 김 코치의 것을 거의 빌려서 하고 있죠. 특히 김 코치의 '외발주법'은 신기에 가깝거든요." 리라초등학교 2년 선후배 사이지만 11년 현역시절 같은 방을 써본 적이 한번도 없을 정도로 라이벌의식과 자존심이 강한 이들이 이젠 선수촌에서 같은 방을 쓰며 빙상한국을 이끌고 있었다. 서로의 장점을 본받아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시너지효과가 이미 111.12m 쇼트트랙 빙판위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 김기훈 프로필

출신지:1967년 서울

학력:서울 리라초-배재중-경기고-단국대-단국대학원

선수경력:리라초 1년때 스케이트 시작, 85년 국가대표, 98년 은퇴

지도자경력:국가대표 상비군(1998년 6월∼99년6월) 주니어대표감독(2002년1월)

취미:영화감상

주량:소주1병

종교:불교

● 이준호 프로필

출신지:1965년 서울

학력:서울 리라초-동북중-서울고-동국대-단국대학원

선수경력:리라초 1년때 스케이트 시작, 85년 국가대표, 98년 은퇴

지도자경력:프랑스 쇼트트랙대표팀 감독(1999년 10월∼2002년 3월)

취미:자동차드라이브, 영화감상

주량:양주1병

종교:기독교

■ 선수들이 본 두 코치

선수들의 눈에 비친 이준호, 김기훈 코치는 어떤 모습일까. 쇼트트랙 간판스타 출신으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그들의 '앞과 뒤'를 선수들의 입을 통해 엿보았다.

안현수(18·신목고·남)=저희들이 오르고자 하는 목표를 코치님께선 이미 달성해서인지 마치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것 같아요. 때론 친형처럼 편하게 지내다가도 빙판위에만 서면 몽둥이까지 들고 엄하게 다스려요. 특히 국제대회에 앞서 상대팀의 전력을 비디오로 분석, 노하우를 전수해줄 정도로 꼼꼼하신 성격입니다.

이승재(21·강릉시청·남)=안경너머로 언듯 언듯 비치는 눈빛에서 카리스마가 넘치죠.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올 시즌 국제대회가 사실상 종결됐는데도 선수촌에서 저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훈련 내내 스케이트를 지치며 소리를 질러대시기 때문에 목이 항상 쉰 상태이기도 하구요.

최은경(19·한체대·여)=예전에는 똑 같은 힘을 쓰더라도 막판에 힘이 달려 메달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코치님의 체력훈련받고 난 후 이젠 임팩트 순간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습니다. 승부사답게 경기흐름을 읽는 눈이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작전보다는 실력을 많이 강조하세요.

김민지(17·진명여고·여)=첫인상이 부드러워 편하게 운동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겪어볼수록 호랑이 선생님이란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훈련이 끝나고 나면 저희들과 어울려 장난을 치기도 하는 개구쟁이 같은 면도 있어요.

/최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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