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식목일이 다가오면 "나도 올해는 나무 한그루 심어야지"라는 마음에 나들이 계획도 세우지만 정작 어린 묘목 한 그루 꽂을 장소를 찾지 못해 매번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작년 이 맘 때쯤 '생명의 숲'이란 단체의 홈페이지를 방문, 가족 숲체험 프로그램 '나무의 가지치기' 행사에 신청을 했다. 생명의 숲은 '숲은 삶의 원천'이라는 명제 아래 전국의 황폐해진 우리 숲과 산림을 돌보고 가꾸어가는 곳이었다.고약한 날씨 덕에 몇 번 행사가 연기되더니 결국은 가지치기 대신 광릉 숲의 한자락에 위치한 임업연수부에 가게 됐다.
가까이에 있는 광릉 수목원은 잘 알다시피 일요일에는 개장을 하지않는다. '하필 일요일에 쉴까'라며 불만을 갖는 사람도 많겠지만 내 생각엔 일요일에 쉬니 그나마 보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듯 숲에도 인간의 발자취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휴식을 주자는 뜻 같다.
그 옆에 위치한 임업 연수부는 참 조용한 곳이었다. 도착하자 마자 숲 안내 선생님들의 인솔로 숲탐험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잣나무 아래서 나무의 나이를 재는 방법에 대해서 들었다. 나이테를 보기 위해 나무를 자르는 대신, 나무에 구멍을 뚫고 가는 나뭇조각을 얻어내는 것을 보았다.
나무의 나이를 아는 방법은 나무를 심은 사람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제일 확실하겠지만 오래된 나무는 문헌에서 그 심은 시기를 찾아볼 수 있다. 용문사 은행나무의 나이도 문헌을 통해 알아냈다고 한다. 새콤한 냄새가 나는 산초나무, 박하냄새가 나는 박하, 생강이 없을 때 김치에 대신 넣기도 했다는 생강나무 등 이름만 들어본 다양한 나무를 직접 보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다.
엄마들이 열심히 메모하는 사이에 아이들은 작은 풀벌레에도 탄성을 지르며 도시 촌놈 티를 내고 있었다. 어떤 꼬마는 작은 개구리를 잡아 보물 다루듯 비닐 물주머니에 담아 가지고 다녔지만, 결국 아이들도 알고있었다. 그들이 사는 도시보다 바로 이곳 숲이 벌레나 개구리들에겐 더 좋은 집이란 걸.
나뭇잎 탁본과 나뭇잎 염색, 각종 열매로 동물 모양 만들기 등을 하며 즐겁게 보내다 보니 어느덧 돌아가야 할 시간. 이번 주 토요일은 식목일이다. 가족들과 가까운 숲으로 나들이를 가 우리의 자연 친구들과 반가운 악수라도 하고 오면 어떨까?
/홍준희·인터넷학부모공동체 '마음에 드는 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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