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도박일까, 기회 포착일까."이라크전 장기화 우려와 외국인 매도에 따른 증시 폭락에도 아랑곳 않고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거래소 중소형 개별주와 코스닥 기술주를 대상으로 저가 매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시장에서는 개미들이 또다시 전쟁랠리의 '뒷북치기'를 할지, 아니면 바닥 확인에 따른 새로운 유동성 장세의 촉매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국인 팔고, 개인 사고
31일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국민은행·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이틀째 매도 공세를 퍼부으며 1,444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들은 중소형 개별주를 중심으로 2,166억원을 순수하게 사들였다. 개인들은 이라크 전쟁 장기화 우려로 증시가 전쟁랠리를 끝내고 조정에 들어간 최근 4일 동안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여 3,8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이기간 외국인들은 정 반대로 3,1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이 집중 매도한 삼성전자와 국민은행 등 대형주는 주요 지지선이 붕괴되면서 급락한 반면 개인들이 매수한 중소형주 지수는 상대적으로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 돌아온 개미들
개미의 주식 사모으기는 코스닥시장에서 더 두드러진다. 이날 개인들은 코스닥에서 11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대금 규모가 눈에 띄게 늘어났고, 실적이 좋아진 인터넷 업종 및 우량종목을 사들이며 투자심리 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에 개인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인터넷 업종이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기업간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가격이 싸고 유동성이 풍부한 저가주들의 강세행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미의 한계, 유동성 장세 기대 어려워
증시 예비 투자자금 성격이 강한 고객예탁금의 증가도 개인들의 매수를 뒷받침하고 있다. SK 파문과 카드채 문제 등으로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등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증권거래 계좌에 일시적으로 머물면서 최근 고객예탁금은 11조원을 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개인들의 매수가 단순히 "550이하에서는 산다"는 '학습효과'에 따른 저가매수일뿐 추세를 바꿀만한 힘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원은 "최근 '전쟁랠리'에서 개인투자자들이 520포인트대 저점에서 주도적으로 매수한 건설·증권 등 일부 업종의 수익률이 매우 높았다"며 "일부에서는 풍부한 시중자금을 바탕으로 한 유동성 장세를 기대하고 있지만 개인들은 시장의 주체가 되기 보다는 단순히 반등을 기대하며 저가매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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