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파병동의안 찬성 의원에 대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움직임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일부 시민·노동단체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여야 총무는 31일 국회에서 회담한 뒤 "의원 소신에 따른 정책적 판단은 낙선운동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전날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 성명과 같은 취지다.
그러나 해당 단체들은 "파병 찬성은 침략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헌법5조1항에 위배된다"며 "따라서 이런 의원들을 심판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며 낙선운동 및 주민소환 추진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이날 성명에서 "일부 단체의 낙선운동 방침은 의원의 자율적 토론과 의결을 방해,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주 노무현 대통령의 낙선운동 자제 호소를 상기시킨 뒤 "전쟁에 대해서는 모든 의원이 국민과 함께 반대하고 있으나, 한반도 평화와 국익 때문에 파병여부를 고민하고 있음을 유념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총무는 또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낙선운동은 반 시민적, 반 민주적 독선 행위"라고 비난하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16대 총선 낙선운동에 대해 실정법 위반과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모처럼 총력 대응에 나선 것은 낙선운동에 대한 의원들의 피해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다. 실제 16대 총선 당시 낙선운동은 박빙의 접전이 벌어졌던 수도권 일부에서 당락을 가른 결정적 변수였다는 게 정설이다.
이런 여야 공조에 대해 참여연대 이태호(李泰鎬) 정책실장은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의원의 정책성향이 낙선운동의 기준이 된다"며 "비리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낙선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법원이16대 총선 낙선운동을 불법이라고 판결한 것은 낙선운동 자체에 대한 게 아니라 몇 가지 선거법 위반사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손낙구(孫洛龜) 교육선전실장은 "각자 의사를 표시하면 판단은 국민이 할 텐데 정치권이 지레 겁을 먹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결정을 내리려 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낙선 대상 후보를 쫓아다니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후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번 낙선운동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공동대표인 이필상(李弼商) 고려대 교수는 "낙선운동은 시민단체의 입장을 표시하는 한 방법으로, 문제가 있다면 상대방도 공개 반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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