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일한 지 정확히 30년 째가 되는 날 중책을 맡게 돼 뜻 깊고 큰 영광입니다. 용산 새 박물관 이전과 개관 준비를 잘 마무리하라는 뜻으로 받아 들입니다."31일 차관급 초대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임명된 이건무(李健茂·56) 학예연구실장은 "박물관장 후보 공모에 응한 인사들은 모두 유능한 분들이지만 그 동안 내부에서 준비해 온 저에게 일을 맡긴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2급(학예실장)에서 1급을 뛰어넘어 차관으로 승진한 이 신임 관장은 "막중한 국책사업을 책임지게 돼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앞으로 용산 박물관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국립박물관의 비전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물관 개혁과 시민을 위한 문화교육기능 강화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다. 일단 연공서열을 타파하여 능력위주로 인사를 하고, 박물관의 전시와 교육기능을 확대하여 열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새 박물관 완공의 마지막 걸림돌인 미군 헬기장 이전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박물관 내에 전담팀을 구성하고 남북 문화재 교류 등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사학의 기틀을 세운 이병도(李丙燾) 박사의 손자인 이 신임 관장은 "관장후보로 거론되던 때 인터넷에 할아버지를 비방하는 글이 떠 속이 상했다"면서 "고고학을 선택할 때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존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출신인 그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청동기시대 전문가. 경남 창원 다호리 유적 등 주요 발굴에 참여한 그는 1987년에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청동기 분야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지난해 고려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 7월에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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