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부쩍 눈이 침침하고 시력이 떨어졌다고 느낀 김모(33)씨. "라식 수술을 받으니 천지가 개벽한 느낌"이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우선 시력검사나 받아보자고 안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오른쪽 눈은 1.0이었지만 왼쪽 눈은 0.5로 떨어져 있었다. 온김에 라식수술이 가능한지 안구검사를 받아본 김씨는 깜짝 놀랐다. 왼쪽 눈이 백내장으로 진단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라식 수술이 아닌 백내장 수술을 받고 시력을 회복했다.갑자기 잘 안 보이는 30∼40대 남성이라면 백내장을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백내장이란 수정체에 백태가 끼어 수정체가 혼탁해지고 시력장애가 생기는 질병. 60∼70대 노인에게나 있는 질병이라는 생각 때문에 간과하기 쉽지만 30∼40대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구인보다 젊은 층의 백내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안과 차흥원 교수는 "최근 2,3년간 서울아산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를 살펴보면 30∼40대가 전체의 10%정도를 차지하고 심지어 20대도 1%나 된다"고 밝혔다. 이는 교통사고나 위험작업으로 안구에 충격을 받아 생긴 외상성 백내장 수술은 제외한 비율. 그래도 서구의 30∼40대 백내장 수술비율(1∼5%)에 비하면 2∼10배나 되는 셈이다.
젊은 백내장 환자는 최근 라식수술이 워낙 널리 보급되면서 수술을 위한 검사 중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눈에미소안과의 강용홍 원장은 "수개월만에 시력이 뚝 떨어져 대뜸 수술을 하겠다고 안과를 찾은 경우, 어릴 때부터 시야가 뿌옇게 흐려보인 것을 무심하게 참고 지낸 경우, 한쪽 눈은 좋고 한쪽 눈만 잘 안 보인 경우 연령은 낮아도 간혹 백내장이 발견된다"고 말한다.
백내장으로 인한 시력저하는 안경이나 렌즈를 낀다고 교정되지는 않기 때문에 오래 안경을 써온 근시인 사람이 백내장으로 진단되기는 어렵다.
흔히 노화로 발병하는 백내장이 젊은 층에서 나타나는 원인은 거의 밝혀져 있지 않다. 차 교수는 "우리나라 20∼40대 백내장의 특징은 주로 남성에서 많고, 백내장 크기에 비해 시력이 많이 떨어지며, 특별한 전신 질환이나 유전적 질환도 없다는 것"이라며 "장기간 햇빛 노출, 흡연, 공해, 아토피 피부염이나 당뇨 등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의 백내장은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로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고, 근본적인 치료방법으로는 수술로 수정체를 교체해야 한다. 수술법은 마취제를 눈에 떨어뜨리고 각막을 3㎜정도 절제한 뒤 초음파로 수정체를 흐물흐물하게 만들어 꺼내고 인공수정체를 넣어주는 방법이다. 대부분 당일 수술이 된다. 40대 미만 백내장 수술환자의 경우 절반 정도 후발성 백내장(상피세포가 빨리 자라 시야가 다시 혼탁해지는 것)이 오지만 5분간의 레이저 치료로 간단히 해결된다. 인공수정체는 조절력이 없기 때문에 수술 후 가까운 곳을 볼 때 돋보기가 필요하다.
백내장을 예방하려면 스테로이드 성분 안약을 장기간 남용하지 말고, 햇볕에 나갈 때 선글라스 착용을 습관화하도록 한다. 지나친 흡연과 음주를 피하고 눈에 좋은 아연, 구리, 셀레늄, 칼슘 등 미네랄을 섭취하도록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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