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전염 가능성이 제기되는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SARS) 괴질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국립보건원도 중국과 동남아발 항공기와 입국 승객 등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국립보건원은 31일 괴질 환자관리지침을 각 병·의원에 내려보내고 1일에는 감염내과 전문의, 각 시도 검역소장 등과 잇따라 회의를 갖기로 하는 등 국내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국립보건원 권준욱 방역과장은 "국내에서만 11건의 의심환자 신고가 들어왔으나 현재로서는 괴질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홍콩 정부는 이날 괴질 환자가 급증하는 아파트 아모이가든 E동 1만7,000여 주민에게 긴급 격리령을 내리고 외출을 전면 금지했다.
31일까지 홍콩에서는 3명이 추가로 숨지고 싱가포르와 캐나다에서도 1명씩 사망, 전 세계에서 괴질 사망자수가 61명으로 늘었으며 환자수는 1,600명을 넘어섰다. 홍콩 위생성은 6명의 병원 근무자를 포함해 80명의 추가 환자가 발생, 감염자수가 550명으로 늘었고 노인, 여성을 포함해 1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북부 제노아에서도 태국 여행을 다녀온 22세 청년이 30일 괴질 환자로 밝혀졌다.
각국 보건당국은 괴질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본토와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하노이 등에 대한 여행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1일과 4일 중국 상하이(上海)와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예정이던 영국의 록 밴드 롤링 스톤스의 공연 일정이 괴질파동으로 모두 취소됐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외신=종합
■ "괴질" 원인과 예방은
괴질(급성호흡기 증후군·SARS)의 원인 바이러스에 대해선 지금까지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흡사하다는 정도가 밝혀졌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폐에까지 침투, 폐렴을 일으키고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심각한 바이러스는 아니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급성호흡기 증후군의 원인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적이 없는 신종 바이러스로, 코로나 바이러스와 가장 닮은 형태"라고 보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는 한 아파트 지역 주민 70명이 한꺼번에 감염된 사실을 들어 공기 전염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내과 오명돈(吳明燉) 교수는 "공기 감염이란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수 시간 생존하며 둥둥 떠다니다가 수 미터 떨어진 사람이 들이마셔 전파된다는 의미로 환자와 한 공간에 있어도 옮을 수 있는 무서운 전염병"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호텔에서 한 환자가 다른 여러 사람을 감염시키고, 홍콩 아파트에서 집단 발병했다는 사례가 드러나면서 이러한 공기 전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
그러나 오 교수는 "공기감염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버튼이나 문 손잡이 등을 매개로 한 접촉감염일 수도 있어 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오시타니 히토시 조정관은 31일 마닐라 지역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괴질 유발 원인균이 며칠, 늦어도 몇주 내에 확인될 것"이라며 "바이러스가 확인되면 곧 진단장비가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괴질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일단 발병 지역 여행을 삼가야 한다. 또 손을 자주 씻고 위험 지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개인 위생에 철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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