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장기화와 북핵문제, SK글로벌 사태 등 대내외 불안요인 누적으로 금융·주식시장이 한치 앞을 모를 정도로 출렁거리고 있다. 실물경기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 버금갈 정도로 극심한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마땅한 재테크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은 요즘, 금융·증권·부동산 재테크 전문가 4명으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불확실성 시대에는 안전한 자산관리와 유동성 확보가 최선의 재테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현 상황 진단과 전망
올해 한국경제의 침체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재테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팀장은 "현 위기는 가계부실 급증과 부동산 가격 급등, 그리고 기업의 분식회계와 투자 부진에 의해 비롯된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 세계경제가 양호했던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지금은 세계경제 전체가 불황을 겪고 있어 시장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명노욱 현대증권 상품개발팀장도 "올해 한국의 경기침체는 뚜렷해지는 반면, 회복 가능성은 불확실한 상태"라며 "더욱이 그 동안 내수위축을 보전했던 수출마저 고유가로 인해 위축이 불가피해 2분기 부터는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부동산 시장의 경우 98년 이후의 지속적인 확장세가 지난해 11월 이후 조정국면에 접어 들었다"며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체제 때와는 달리 금리가 하향 안정돼 있어 매도 물량 폭증으로 인한 집값 폭락의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예금은 장기투자·절세형 상품으로
서춘수 팀장은 "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가능성이 높은 만큼 단기자금은 시장 실세금리를 지급하는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절세형 상품과 중장기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대출이 필요한 사람은 3년마다 돌아오는 상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판매 예정인 2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은 우량채와 간접주식투자를 추천했다. 그는 "장기투자의 경우 국공채, 단기투자는 우량 회사채를 만기 보유하는 전략을 통해 금리변동과 관계없는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라"며 "장기전망을 토대로 개별종목보다는 주가지수 자체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활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주가연동상품인 ELS 활용
명노욱 팀장은 이라크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감과 북핵 리스크, 기업 이익 모멘텀 둔화 등으로 상반기 주식시장이 방향성을 잃어버릴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명 팀장은 이 같은 전망을 전제로 "4월에는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이 보수적인 운용전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체 시장이 비관적인 만큼 개인투자가는 직접 투자보다는 주가연동상품인 주가연계펀드(ELS)를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중소형 아파트 매입 고려
김영진 사장은 부동산 경기가 바닥인 때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발전가능성 높은 중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올해 5월과 12월 부동산 경기가 바닥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때 역세권이나 대단지의 중소형 아파트를 선점하는 게 투자수익률 면에서 유리하다"며 "그러나 대형 아파트는 이미 공급 과잉 상태이므로 투자수익률이 그다지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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