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尹永寬) 외교부 장관이 미국·일본 방문을 통해 제시한 북한 핵 문제 의 단계별 해법(roadmap)에는 당초 예상보다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방안이 포함돼 있다.정부는 로드맵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윤 장관과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을 종합해보면 로드맵이 이른바 '북한판 마셜 플랜'이라고 지칭되는 대규모 지원책을 담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핵심은 제네바 합의의 틀을 대체하기 위해 러시아 이르크추크 등의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한으로 보내는 거대한 에너지 공급 계획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취임 전 러시아 천연가스 국영기업인 가즈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사장을 면담하는 등 이 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해왔다. 엑손사 등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구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기업들이 자금을 제공하고, 파이프라인을 한국까지 끌어와 상업성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이미 정부가 발표한 연간 300만석의 쌀 지원, 미국의 중유공급 재개 등의 당근이 제공될 수 있다.
윤 장관의 표현대로 북한 핵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적극적이고도 주도적으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이정표를 제시한 것이다. 정부가 다각도로 준비해온 핵문제의 해법들이 로드맵에 촘촘히 들어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새로운 해법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아직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흥미로운 접근법"이라고 평했고,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은 "참신하고 건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북한측이 수용할 지도 미지수다. 북한은 미국 주도의 다자대화를 체제붕괴를 겨냥한 노림수로 보고 있다.
윤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핵 재처리시설 가동 등을 하면 외교적 해결의 입지가 크게 줄어든다"면서 "일단 현상을 동결하는 게 목표"라고 말해 로드맵이 아직은 미완의 해결책임을 인정했다.
/도쿄=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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