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황실보감]<5> 향비의 약탕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황실보감]<5> 향비의 약탕욕

입력
2003.04.01 00:00
0 0

현재 신장성 남부 위구르족 자치구인 카슈가르에서 성장한 향비는 청나라 건륭제가 이 곳을 정복했을 때 궁으로 데려와 비로 삼은 여인이다. 향비는 몸에서 나는 그윽한 향기로 이름난 미인. 건륭제가 친히 향비라는 이름을 내리고 위구르족 전통 전각과 그녀만의 목욕탕을 만들어 줄 정도로 총애를 받았다. 이렇게 사랑을 받았음에도 끝까지 수청을 거부한 향비는 후일 질투에 불탄 황태후의 명으로 자살을 하게 된다. 그러나 향비의 묘한 향은 죽음 이후에도 오랜 시간 건륭제를 그리움의 강에서 허우적거리게 했다고 한다.적국 황제의 사랑과 자신의 죽음을 몰고 온 향비의 향은 바로 약재 목욕에 그 비밀이 있다. 향기가 나는 각종 한약재를 우려내 목욕물로 쓴 것이다.

향이 나는 한약재는 치료에도 이용돼왔다. 중국 한나라 때 쓰여진 중장경(中藏經)에는 "안식향 주머니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한다"고 하였고,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몸에 향을 지니거나 향이 있는 식물로 옷감을 염색을 하는 의향법, 향유로 등불을 켜는 향지법 등이 전해진다.

현대 한의학에서도 정향, 회향, 유향, 곽향, 백리향, 사향초 등 '향(香)'자가 들어가는 한약재를 이용해 각종 질병을 치료한다. 이것을 '향기 요법'이라고 하는데, 질병에 따라 약재의 향을 흡입하거나 목욕물에 우려내는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이러한 치료법은 특히 비염 등 호흡기 질환이나 스트레스,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 질환에 효과적이다.

향기요법은 가정에서도 손쉽게 응용할 수 있다. 약재를 이용한 목욕법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요즘처럼 날이 따뜻해져 나른할 때는 백단향을 이용한 목욕이 제격이다. 백단향 목욕은 두통, 불면증 등에 효과가 있어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목욕 이후 특유의 잔향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백단향 10g, 정향 4g을 거즈나 망으로 만든 주머니에 담아 욕조에 넣는다. 약재의 색깔이 어느 정도 우러나면 10∼15분 정도 몸을 담근다. 이 때 약재주머니로 몸을 가볍게 톡톡 두드려 주면 약재가 잘 스며든다. 목욕물은 체온보다 약간 높은 38∼40도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뜨거운 열로 인해 심장에 무리가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목욕 후에는 바로 바깥 공기를 쐬는 것보다 어느 정도 따뜻한 상태를 유지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목욕의 효과를 높인다.

/신준식·자생한방병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