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끼 먹자." 참 쉽게 쓰는 말이다. 언제 또 만나게 될지 아리송한 상대일지라도 "언제 밥이라도 같이 먹어야 할텐데…"라는 말로 약간의 아쉬움과 정감을 표시해 준다면 기분 좋게 헤어질 수 있다. 흔한 말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밥 한끼'만큼 진실되고 정성스런 사랑의 표현도 없다.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백발 성성한 아들의 손을 놓지 못하고 "밥 한끼도 못해 먹이고…"라며 두 눈 가득 눈물을 글썽이는 노모에게 '밥 한끼'는 남은 생에 풀지 못할 또 하나의 한이 될 게 분명하다.이소은의 3집 '세뇨리타'에 실린 노래 '키친'은 앞치마를 두르고 손수 요리해 남자 친구에게 '내 손으로 차린 저녁 식탁'을 선물하고 싶은 아가씨의 마음을 담은 귀여운 노래다. '재료를 준비하는 내 손길은 바쁘고 마음만 급하지만' 이 아가씨가 굳이 손수 준비한 저녁을 선사하고 싶은 것은 '밥 한끼'에 담아 전할 수 있는 사랑의 의미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저녁엔 산책 삼아 오른쪽엔 바구니/ 왼쪽엔 너의 팔 양쪽에 끼고 수퍼에 들러/ 시장을 보는 거야 간식거릴 고르고/ 야채도 살피고 니가 좋아할 우유도 사고' 싶은 게 이 아가씨가 그리는 가장 행복한 모습이다.
요즘이야 밥 하는 것은 가정 생활에서 부수적인 일이 됐다. 먹을 걸 각자 해결하고 식생활에 연연해 하지 않는 게 쿨한 신세대 부부 관계의 정형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가수 박진영도 이렇게 밝혔다. "식사도 모두 밖에서 하니 서로 짐이 될 것이 없고… (아내와는) 결혼 후 한번도 싸운 기억이 없다."
하지만 밥 한끼에 담긴 깊은 뜻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혹 '요리 잘 하는 여자를 선호하는 권위적인 남자의 심리를 흔들어 사랑을 구걸하는 노래'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생각해 보시길. 아직까지 진정한 사랑이 담긴 밥 한끼를 제대로 선물 받지 못한 것은 아닌지.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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