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만을 내세운 인테리어는 죽은 공간입니다. 사람과 생활에 조화를 이뤄야 제대로 된 인테리어죠."한국을 소개하는 영상 홍보물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코엑스(COEX)몰의 대형 극장 '메가박스'. 탁트인 공간과 미래적인 분위기, 고급스런 장식재 등으로 나라 안팎으로 유명한 관광명소가 됐다.
지난 2000년, 단 6개월 만에 이 공간을 연출해 낸 사람이 있다. 인테리어 전문업체 카텍디자인의 윤영오 사장(56·사진)이 그 주인공. 그는 "6개월은 설계만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었지만 아셈(ASEM) 회의를 앞두고 외국 정상들에게 우리 건축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밤을 새며 일했다"고 말한다.
윤 사장은 우리나라에서도 몇 손안에 꼽히는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가다. 디자인 분야의 명문으로 알려진 뉴욕 파슨스 스쿨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미국의 호텔 인테리어 전문업체 예이트-실버만에서 수년간 일했다. 애틀란타 시의 타지마할 호텔, 트럼프 플라자 호텔 등이 그의 작품이다. 윤 사장은 "당시의 경험이 오늘날 다양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데 훌륭한 밑바탕이 됐다"고 말한다. 호텔에는 침실에서부터 식당, 상가에 이르는 다양한 공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종합적인 인테리어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의 인정과 좋은 대우를 뒤로 하고 우리나라로 돌아온 것이 88년. "디자인만 할 게 아니라 시공도 겸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귀국 이유다. 설계와 시공이 철저히 분리돼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한 회사가 인테리어 건축의 전과정을 도맡는다. 영세한 국내 인테리어 업계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윤 사장은 아이디어를 직접 현실화하는 과정을 통해 더 완벽하고 정성이 깃든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요즘 메가박스 이후 두 번째 영화관 인테리어 일에 몰두하고 있다. 종로의 명물인 서울 극장의 리노베이션 공사. 윤 사장은 "우리 영화의 발전사를 지켜본 유서 깊은 공간인 만큼 시간과 전통의 의미가 녹아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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