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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국민소득과 인명존중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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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국민소득과 인명존중 의식

입력
200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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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터만큼이나 위험한 곳이 우리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달 26일 한 초등학교 축구부합숙소 화재로 어린이 8명이 목숨을 잃었다. 2월의 대구 지하철 중앙역은 아우슈비츠를 연상케 했다. 우리의 '교통 전쟁'에서는 여전히 매일 20여명이 죽고 1,000명이 다친다.안전은 인명 존중 의식과 직결되며, 사회 자유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 차이는 전쟁 영화에서도 극명하게 볼 수 있다. 통제사회의 전쟁 영화에서는 부상병이 생기면 '위대한 영도자와 조국을 위해' 거침없이 쏴 죽이고 진군을 계속한다. 자유사회의 전쟁 영화에서는 부상병 한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소대원 전원이 자진해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인명 존중 의식은 국민소득 수준에 비례한다. 저소득 사회의 버스에서는 승객이 짐짝이다. 미처 올라타기도 전에 출발하고, 내릴 때는 미리 출구 쪽으로 나와야 욕을 먹지 않는다. 고소득 사회의 버스에서는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정거장에 완전히 멈추기 전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면 오히려 핀잔을 듣게 된다. 한국에 살아본 한 외국인은 버스가 너무너무 무섭다고 했다.

저소득 사회는 인명을 경시한다. 사람의 시간이나 편의성, 안전성보다는 전기나 석유 따위가 훨씬 귀한 대접을 받는다. 엘리베이터 격층 운행을 하고 가로등 격등제를 실시하며 승용차 10부제를 강요한다. 후진 사회는 안전 관리 능력이 모자란다. 타는 곳과 전동차 사이가 넓어지면 발이 빠질 위험이 생길 줄을 뻔히 알면서도, 곡선 구간으로 만들어놓고는 위험을 알리는 방송만 되풀이해 귀마저 따갑게 만든다. 인명의 가치보다는 공사비가 우선이다.

국민소득과 사회 자유도가 높은 선진 사회라야 높은 안전 의식이 자생(自生)한다. 서비스와 배려의 정신을 앞세워 인간공학적으로 안전과 편의를 도모한다. 계단 중에서 가장 위험한 한 단짜리 계단을 만들지 않는다. 올라가다가 구두코가 걸려 엎어질 수 있으므로, 계단 상판이 앞으로 튀어나오게 만들지도 않는다.

선진 사회의 지하철역에는 반드시 역무원이 나와 서서 전동차의 안전한 도착과 출발을 지킨다. 러시아워에는 승객들의 시간 절약을 위해 개찰구를 완전히 열어놓기도 한다. 후진 사회에서는 불타는 전동차 안에 무구한 생명들을 가두어둔 채 기관사마저 사라진다. 목숨 값이 비싸져야 비로소 사회가 안전해진다. 국민소득이 적어도 2만 달러는 넘고 사회 자유도가 향상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겨우 1만 달러짜리 '파이'의 분배를 놓고 아우성이다.

조 영 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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