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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反戰시위에 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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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反戰시위에 문 열었다

입력
200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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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인 반전(反戰)·평화 물결에 서울 명동성당마저 문을 열었다. 2월12일 이후 47일 동안 외부단체의 농성을 허락지 않았던 명동성당이 31일 반전평화캠프의 성당 구내 천막 설치와 철야 행사진행을 허용했다.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 최병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등 각계 인사 50여명은 31일 명동성당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도덕한 이라크 전쟁과 한국군 파병을 반대하는 국민의 의지를 모아 반전평화 비상국민회의를 구성하고 반전평화캠프를 명동성당에 설치해 밤샘 농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반전평화운동의 폭을 넓히기 위해 명동 한복판에 캠프를 설치했다"며 "반전 엽서 쓰기, 반전 시 낭송회, 토론회 등 일반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반전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성당은 2001년 6월 민주노총 단병호 전 위원장의 농성을 시작으로 최근 1년 7개월간 시위와 농성이 끊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농성 노동자 때문에 예배와 미사는 물론 교무 업무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토로해 파문이 일었고, 일반 신도들과 농성자 사이에 마찰이 일기도 했다. 결국 지난 2월 강남성모병원 한용문 노조 지부장이 철수한 것을 끝으로 명동성당측은 "앞으로 성당 내에서는 일상적인 미사 등만 진행하겠다"고 밝혀 이후 한달 반 동안 명동성당 내에서는 시국사건 관련 집회나 농성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주 말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 등이 성당을 방문, "교황도 이라크 전쟁의 빠른 종식을 기원했다"며 "명동성당 내 반전평화캠프 설치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자 성당측은 고심 끝에 이를 허락했다. 명동성당 이준성(37) 부주임 신부는 "반전과 파병 논란에 대해서는 의견을 밝히지 않겠다"며 "다만 미사를 방해하지 않고 성소를 더럽히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12일까지 성당에 머무르는 것을 허락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함세웅 신부는 "성당에서 전쟁을 멈추라고 기도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이 성당의 존재 이유"라며 "반전평화캠프 설치를 허용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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