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분장실은 연예계의 사랑방이다. 분장실에서 신세대와 구세대, 주연과 조연이 한데 모여 얘기 꽃을 피우고 연기 호흡도 맞춘다. 때로는 연예계에 나도는 갖가지 루머의 진원지가 되기도 한다.말도 많고 사람도 많은 곳이다 보니 꼴불견도 적잖다. 중견 여배우 A씨는출연하는 드라마마다 개인 분장실을 요구해 제작진이 속앓이를 해야 한다.
원래 개인 분장실은 대사 분량이 많은 주연급 연기자가 조용한 곳에서 대사를 외우고, 연기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방송국이 특별히 마련해 주는 공간이다. 여유가 있으면 나이 든 연기자에게도 배정하는 것이 관례이다.
A씨의 경우, 개인 분장실을 안 주면 “내가 얘들하고 같이 어울려 있을 나이냐”며 막무가내로 조르는 통에 난감하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KBS의 한간부급 PD는 “원로 연기자도 아니고 주연급도 아닌 애매한 중간층 연기자가 이런 요구를 고집할 때는 정말 꼴불견”이라고 말했다.
대하사극에 출연한 톱스타 B씨도 개인 분장실 문제로 드라마 촬영 기간 내내 눈총을 받았다. 당시 녹화가 진행된 방송국 스튜디오에는 공동 분장실만 있었으나 B씨가 독립 공간을 요구하는 바람에 임시로 여자 보조 연기자실을 B씨의 개인 분장실로 내 주었다.
분장실 관계자는 “B씨에게 방을 빼앗기는 바람에 여자 보조 연기자들이남자들과 함께 지내야 했다”며 “B씨는 그 일로 다른 연기자들과 불편한관계가 됐고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외톨이로 지냈다”고 말했다.
지난해 KBS 드라마 ‘장희빈’의 외주제작사 대표가 담당 PD를 폭행하는사고가 난 것도 개인 분장실 문제가 발단이었다. 외주사 대표는 캐스팅하기 힘든 김혜수를 섭외하면서 별도 분장실을 제공하기로 특별히 약속했으나, 당시 녹화가 있었던 KBS 본관 스튜디오에는 개인 분장실이 없었다.
김혜수가 개인 분장실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또 다른 여자 연기자도 개인 분장실을 요구하면서 일이 꼬였고 개인 분장실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PD를 폭행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정작 김혜수는 개인 분장실이 있어도 공동 분장실을 이용해 왔다고 한다. 폭행 사건 이후 KBS는 올 초 개인 분장실을 6개나 만들어 화근을 없앴다.
반면 연륜으로 보나 비중으로 보나 개인 분장실을 가질 자격이 있는데도마다하는 연기자도 많다. 강부자, 이순재, 윤여정, 김영옥, 서승현 같은관록의 연기자들은 혼자 있으면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공동 분장실을찾아 동료ㆍ후배들과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인다고 방송국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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