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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거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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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거래처

입력
200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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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살 뻔한 요트가 있었다. 그 요트의 원 소유자는 평소 자동항법장치가 달린 그 요트로 바다를 유유자적 돌며 인생을 즐기는 한량이었다. 요트에서 낚시나 스킨 스쿠버, 수상 스키는 물론이고 때로는 요리사를 태워 파티를 즐기기도 했다.그는 건실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거래처에 갈 때 그 요트를 타고 갔던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요트를 본 거래회사 담당 임원이 요트를 한 번 타게 해달라고 했고 그는 별 생각 없이 그 임원을 요트에 태워 낚시를 하고, 회를 맛보게 했다.

그런데 임원은 그 하나가 아니었다. 스무 명의 임원을 돌아가며 태워주자 사장도 부사장도 태워달라고 하고, 담당 부장도 과장도 직원도 태워달라고 졸랐다. 안 태워주었다가는 누구는 태워주고 누구는 안 태워주느냐는 말을 들을 게 뻔했다. 태워줄 때마다 낚시에 스킨 스쿠버에, 파티가 이어졌다.

결국 그는 요트를 처분하기 위해 원래 구입가의 반의 반의 반에 중고시장에 내놓았다. 내 친구가 그 말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갔을 때 이미 요트가 다른 사람에게 팔린 뒤였다고 한다. 새 소유자의 거래처에는 임원이라도 적기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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