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이 막힌다(I cannot relate at all). 저만한 나이 때 나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골프다." 미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재미동포 2세 미셸 위(14·한국명 위성미)의 경기를 처음 지켜본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33·스웨덴)의 탄성섞인 평가다. 소렌스탐은 14살 그 시절에는 핸디캡 45의 형편없는 비기너였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파트리사 므니에-르부크(31·프랑스) 역시 그 나이에 골프클럽을 처음 잡았다.미셸 위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몰아쳤다.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이자 이 대회 18홀은 물론 메이저대회 18홀 아마추어 최소타 타이 기록 수립을 지켜본 외신들은 '미셸 위의 위대함을 엿보게 하는 맛보기 숫자'일 뿐이라고 전했다.
소렌스탐의 미국프로골프(PGA) 도전에 가슴 설레고 있는 골프팬들은 이날 미셸 위(신장 183㎝)의 호쾌한 스윙을 통해 힘과 세기를 겸비하게 될 세계여자골프의 미래를 확인했다. 미셸 위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앞세워 파4는 56도짜리 샌드웨지나 60도 로브웨지로, 파5 롱홀 세컨드 샷에서도 우드가 아닌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했다.
이날 미셸 위의 파트너는 리타 린들리(미국)와 LPGA 장타 1위 출신의 후쿠시마 아키코(일본).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16야드에 그친 린들리가 두번째 샷을 미셸 위보다 100야드 뒤에서 시도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셸 위가 짧은 것이 있다면 실전 경험. 미셸 위는 이번 대회에서 몇 차례 숏 퍼팅에서 실수를 범하는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미셸 위의 3라운드 중간합계는 4언더파 212타 단독 3위. 미셸 위는 최종일 4타차 선두 르부크, 1타차 2위 소렌스탐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우승을 다투게 됐다. 미셸 위는 소렌스탐과의 대결을 묻는 질문에 "하나도 떨리지 않는다. 누구와 경기를 하든 그냥 재미있는 골프 경기일 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박세리(26·CJ)는 이날 1언더파를 추가, 선두와 6타차 공동4위에 랭크되면서 최연소 그랜드 슬램 달성에 실낱 같은 희망을 남겨놓았다.
/김병주기자
■ 미셸 위 이모저모
○…1989년10월11일생으로 중학교 2학년 나이인 미셸 위는 이번 대회에서 LPGA 투어 최연소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고 있다.
이 대회 최연소 출전자로 이름을 남긴 미셸 위는 13세5개월17일의 나이로 최연소 컷 통과 기록도 세웠다. 종전 최연소 컷 통과 기록은 2000년 송아리(16)가 수립한 13세10개월24일. 미셸 위는 이번 대회의 아마추어 최고성적(4위)도 무난히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셸 위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스터스에 도전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미셸 위의 골프 클럽은 남자 선수와 비슷한 구성으로 드라이버는 로프트 7.5도에 스티프 샤프트를 장착한 테일러메이드 580을 사용하고 있다. 아이언은 3∼9번 모두 타이틀리스트 제품. 페어웨이우드는 캘러웨이 4번 만 쓰는데 평균 비거리가 250야드에 이른다. 퍼터는 타이거 우즈가 애용하는 타이틀리스트 스코티카 메론이다.
○…캐디를 맡고 있는 미셸 위의 아버지 위병욱(44·하와이대학 교수)씨는 물론 이날 응원전을 벌인 어머니 서현경(38)씨도 수준급 골프 실력을 갖추고 있다. 위병욱씨는 한때 핸디캡 2의 프로급 골프 실력을 자랑했고 서현경씨도 핸디캡 4의 싱글 골퍼다.
/김병주기자 bjkim@hk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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