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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 지금/전쟁도 비껴간 日"굿럭"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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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 지금/전쟁도 비껴간 日"굿럭" 인기

입력
2003.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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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이라크 전쟁이다. 방송사들도 이라크 전쟁 관련 보도에서 화려한 그래픽과 박진감 넘치는 영상으로 시청률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이처럼 전쟁 보도 일색인 TV에서 유일하게 이라크 전쟁을 제치고 분전한 프로그램이 있다. 얼마 전 종영한 TBS 드라마 '굿럭(Good Luck)'이다. 인기 남성그룹 SMAP의 멤버이자 톱 탤런트 기무라 다쿠야(木村拓哉)가 파일럿(부조종사)으로 등장한 '굿럭'은 평균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최종회 시청률은 37.6%로 1990년대 이후 방영된 드라마 가운데 3위에 올랐다.

'굿럭'의 인기는 하늘이라는 매력적 무대와 탄탄한 구성, 기무라와 영화 '실락원'으로 유명한 구로키 히토미(黑木瞳), '으랏차차 스모부'의 다케나카 나오토(竹中直人) 등 호화 캐스팅이 빚은 합작품이다. 9·11 테러 이후 불가능했던 여객기 내 촬영을 허락하고 각종 시설을 제공한 ANA 항공의 적극적 협조도 현장감을 불어넣는 데 큰 몫을 했다.

'굿럭'의 인기는 다양한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국제정세 불안으로 불황이 계속되는 항공업계는 분위기를 쇄신할 절호의 기회로 반기고 있다. 실제로 ANA와 JAL 입사 지원자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여성 정비사 역을 맡은 시바사키 고우의 인기 덕에 여성은 찾아보기 어렵던 정비사 모집에도 300명의 여성이 몰렸다. 남녀 주인공이 데이트를 하던 나리타(成田) 공항 인근 공원은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로 떠올랐다. 드라마 주제가로 쓰인 야마시타 다쓰로(山下達朗)의 80년 발표곡 'Ride On Time'의 재발매도 결정됐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구매력이 강한 F1(20∼34세 여성)층을 겨냥한 반면 '굿럭'은 M2(35∼49세 남성), M3(50세 이상 남성)층의 시청률이 높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었을 파일럿. 꿈을 찾기 힘든 일본 남성들이 '굿럭'을 통해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청춘의 꿈을 되살린 것이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전쟁 발발 등 우울한 소식뿐인 요즘, 기무라가 기내 방송을 통해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마지막 장면이 퍽 인상적이었다. "현재 지상의 날씨는 전 세계적으로 흐리지만 꼭 맑아지기를 여러분과 더불어 기대합니다." 원래 대본에는 없었는데 이라크전이 발발하자 제작진이 추가했다고 한다. 전쟁으로 어수선한 세상이지만 '굿럭'의 라스트 신은 모든 이들에게 행운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Good Luck!"

/김경환· 일본 조치(上智)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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