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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의 세상읽기/ 내 마음속 파파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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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의 세상읽기/ 내 마음속 파파라치

입력
2003.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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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미디어 앞에서 이렇게 무력해 질 수 있구나 생각했다.”(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아직은 사람들 보기가 두렵다. 그들이 쳐다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내가 더 신경 쓰게 된다.”(개그우먼 이경실)

“남편과는 좋은 감정으로 헤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언론에서 자꾸 위장이혼인 것처럼 몰아붙여 당혹스러웠다.”(법무부 장관 강금실)

“여자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 게 억울하고 가 족들을 볼 면목이 없다.”(탤런트 함소원)

최근 한국사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여성들의 하소연이다. 연령, 직업, 상황이 다 다르지만 ‘대중적 관심’이라는 이름의 괴물에게 괴롭힘을당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른바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것인데, 문자 그대로 유명해진 세금을 내는 것 치고는 그들의 짐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

“우리가 곧잘 착각하는 게 있어. 돈 잘 벌고 유명해지면 인간도 따라서강해진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약한 게 인간 아니니?”

사회학을 강의하는 친구는 돈과 명예에 대한 시샘이 그것을 가진 사람들에대한 과도한 관심과 언어폭력으로 나타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돌이켜보니 나 자신 잘 나가는 연예인 험담을 특히 즐겼던 것 같다. ‘나한테는 없는 것 갖고 있으니 너희는 이렇게라도 당해야 돼’라는 심보였을까.

영국 다이애나비의 오빠는 그녀를 괴롭히는 기자들에게 “너희들이 언젠가다이애나를 죽일 것”이라고 소리친 적이 있는데 결국 그녀의 일생은 파파라치에 의해 끝났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상대방의 심정을 헤아려 보는 것이 가능해져서 일까. 쓸데없이 다른 사람들 얘기를 입에 올리는 걸 자제하게 된다. 아울러괜찮은 사람일수록 남의 얘기 잘 안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른바 공인들이 치르는 유명세는 다름아닌 동네북처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루 아침에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여성들.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그 무게를 나누어 지고 싶다면우리들 마음속의 파파라치부터 쫓아내 보는 건 어떨지. 여성 장관들을 보호하는 수호단이 조직되었다는 뉴스에 박수를 보내며 스스로 다짐해 본다.

이덕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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