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야를라 코리안" (한국인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30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51병동 503호. 휠체어에 의지한 채 병원뜰에서 화사한 봄 햇살을 감상하던 몽골 청년 쵸그부얀(21·사진)씨는 "비록 이국 땅이지만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진 적이 없다"며 "곧 보통 사람처럼 성한 발로 가족들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니 꿈만 같다"고 감격해 했다.
2년 전만 해도 쵸그부얀씨는 몽골의 콴울대학 컴퓨터공학과에 다니던 건강한 대학생이었다. 세계적 전자회사인 소니에서 컴퓨터 교육프로그램의 강사로 일했을 정도로 능력도 탁월했다. 그러나 그는 2001년 8월 지붕에 올라가 TV안테나를 손질하다 추락하면서 척추를 심하게 다쳐 하반신이 마비되는 불행에 맞닥뜨렸다. 결국 졸업 1년여를 앞두고 학업과 직업 모두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몽골에서 받은 수술 실패로 그나마 다소 남아 있던 양발의 감각도 모두 잃고 말았다. 집을 팔아 그해 가을 두 차례 중국까지 가서 척추근육을 연결하는 대수술을 받았지만 오히려 세균감염으로 증세만 악화됐다.
절망의 늪에 빠져 있던 그는 지난해 12월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몽골에 있는 연세친선병원을 찾았다.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은 한 한국 의료선교사가 그가 무료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수소문하고 나선 끝에 한국일보사가 불우이웃돕기성금으로 신촌 세브란스병원 등에 기탁한 성금의 수혜자로 선정되는 뜻밖의 행운을 만났다.
지난 21일 척추 수술을 받고 현재 순조롭게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쵸그부얀씨는 "두 다리도 얻고, 따뜻한 사랑도 얻어 몽골로 돌아가게 돼 너무나 기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께 퇴원할 그는 "몽골로 돌아가면 중도포기한 컴퓨터 공부를 재개할 계획"이라며 "꼭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한국을 찾아 한국의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