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아나와 돼지까지 애완동물로 등장해 주가를 높이고 있는 요즘, 웬만한 애완동물 한 마리는 있어야 대화가 통한다. 하지만 집이 비좁거나 일이 바쁘면 또 다른 식구를 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지만 시간이 없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미뤄온 직장인이나 동물 친구를 갖고 싶어하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곤충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있다. 공간의 제약 없이 1.5㏄ 크기의 페트병이나 작은 사육상자 하나만 있으면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강아지 같이 배설물에 대한 번거로움도 없는 까닭이다.국내 최대의 애완곤충 사이트 '충우(蟲友·www.stagbeetles.com)'를 운영하는 장영철(31)씨는 곤충 마니아다. 대학교 때 곤충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곤충의 매력에 빠져 지금은 아예 학교 후배 손종윤씨와 함께 곤충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 사이트와 매장까지 차렸다. 동호회 회원은 이미 6,000여명.
회원 중 가장 많은 층은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 처음에는 신기함에서 시작했다가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한 주에 한번 꼴인 오프라인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골수 멤버가 많다. 방에서 약 20마리의 사슴벌레를 키우는 김성진(15)군은 "처음 사슴벌레 유충을 사갔을 때는 엄마가 기겁을 하고 반대하셨지만 이제는 오히려 더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젊은 직장인은 키우기 편해서, 학부모들은 아이 교육에 좋다는 이유로 곤충의 세계에 빠지곤 한다.
키우기 쉽고 깔끔하다는 것이 곤충 키우는 매력의 전부는 아니다. 장씨는 "곤충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알에서 애벌레와 번데기로, 번데기에서 다 큰 성충으로 모양을 바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호회 게시판에서는 "암컷 '번디(번데기)'가 다리랑 머리쪽이 검게 변하고 좀 있으면 성충으로 우화(羽化)할 예정이에요. 축하해주세요" "제 장수 '번디'를 자세히 보니 다리가 위 아래로 조금씩 움직이네요. 기분 좋아요" 등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는 애벌레인 유충을 구해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 유충은 직접 채집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산에서는 채집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충우'나 '벅스투유(http://www.bugs2u.com)' 같은 전문 매장에서 직접 부화한 것을 사는 것이 편하다. 그러나 자신이 없거나 처음 키우는 사람이라면 성충부터 키우면서 흥미를 느껴 보는 것도 방법. 성충이 된 암컷은 온도를 20∼25?로 맞춰 놓으면 산란목이나 부엽톱밥에 알을 낳는데 이를 정성스레 키워서 성충이 되면 산에 놓아줘 환경사랑의 보람도 느낄 수 있다.
수명은 톱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가 3개월 정도, 애사슴벌레나 넓적사슴벌레 등이 2년 정도, 왕사슴벌레가 3∼5년 정도다.
유충은 보통 플라스틱 통에 발효톱밥과 함께 넣어 판매하는데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곳에 두기만 하면 번데기로, 성충으로 알아서 잘 자란다. 6개월에서 1년이 지나 성충이 되면 사육통에 참나무 톱밥과 뒤집어졌을 때 잡고 일어날 수 있는 '놀이나무'를 넣어주고 2-3일에 한번 정도 사과나 바나나 등의 먹이를 넣어주면 된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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